제목 | ‘제자리’에서 ‘참 나(眞我)’로 살기 - 10.12,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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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명준 | 작성일2011-10-12 | 조회수599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2011.10.12 연중 제28주간 수요일 로마2,1-11 루카11,42-46
‘제자리’에서 ‘참 나(眞我)’로 살기
자비 안에 길이 있고 답이 있습니다. 눈 만 열리면 곳곳에 널려있는 자비의 표징이요 회개의 표징입니다.
바라봄의 관상이요 바라봄의 회개입니다. 바라봄을 통해 주님을 만나는 관상이요 자신을 찾게 되는 회개입니다. 잘 귀 기울여 들음 역시 관상이자 회개입니다. 잘 기울여 들음으로 주님을 만나고 자기를 찾게 되는 회개입니다.
오늘 역시 주제는 회개입니다. 제자리로 돌아와 참 나를 사는 게 회개입니다.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참 나를 살 때 행복이요 아름다움입니다. 우리의 관상과 회개가 궁극으로 목표하는바 제자리의 삶이요, 이 제자리는 우리의 자리이자 하느님과 만나는 하느님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정주가 의미하는바 바로 이런 제자리입니다. 제자리를 떠나 자기를 잊을 때 정체성을 잃고 방황입니다.
참 나를, 내적 나를 살지 못하고, 거짓 내가, 외적 내가 참 나인 줄 알고 착각하고 살아가기에 안정과 평화도, 행복도 누리지 못합니다.
평생 거짓 내가, 외적 내가 참 나인 줄 알고 참 나를 살아보지도 못하고 억울하고 허무하게 삶을 마치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참 나를 살아야 행복이요 기쁨입니다. 하느님을 찾는다 함은 바로 참 나를 찾는다 함입니다.
바로 하느님께 돌아감으로 참 나의 제자리로 돌아가는 게 회개며 이의 결정적 자리가 바로 이 거룩한 미사입니다.
이런 회개의 관점에서 보면 오늘 말씀의 의미도 분명해집니다. 자비 안에 길이 있고 답이 있습니다. 자비를 떠나선 길도 답도 없습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에게서, 로마서의 사도 바오로에게서 저는 회개를 촉구하는 하느님의 자비를 읽습니다. ‘행복하여라.’를 즐겨 쓰시던 주님께서 오늘은 바리사이들과 율법 교사들에게 ‘불행하여라.’라는 아주 듣기 거북한 거친 말을 쓰십니다. 회개를 통해 주님께로 참 나에게로 돌아서게 하는 충격 요법의 표현입니다.
저주가 아니라 회개를 촉구하는 간절한 호소입니다. 십일조의 의무만 아니라 의로움과 사랑 실천의 의무도 충실히 하라는 말씀이요, 윗자리를 좋아하고 인사 받기를 좋아하는 허영의 외적 삶에서 숨겨진 겸손과 진실의 내적 삶으로 돌아가라는 말씀이며, 드러나지 않은 무덤처럼 드러나지 않는 속마음부터 깨끗이 하라는 말씀입니다.
힘겨운 짐을 사람들에게 지울 것이 아니라 솔선수범하여 자신이 그 짐을 지라는 말씀입니다.
제자리로 돌아와 참 나의 겸손과 진실을 살라는 주님의 자비로운 회개에의 촉구입니다.
오늘 로마서에서 역시 사도 바오로의 회개의 호소가 참 절절합니다. “아, 남을 심판하는 이여, 남을 심판하면서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남을 심판하는 바로 그것으로 자신을 단죄하고 있습니다.”
몰라서 심판이지 자기를 알면 절대로 남을 심판하지 않습니다. 이 또한 남을 심판하기에 앞서 스스로 자기를 돌아보며 회개하라는 말씀입니다.
다음 사도의 말씀 역시 오늘의 우리를 향한 회개의 촉구입니다. “그대는 하느님의 그 큰 호의와 관용과 인내를 업신여기는 것입니까? 그분의 호의가 그대를 회개에로 이끌려 한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그대는 회개할 줄 모르는 완고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의로운 재판이 이루어지는 진노와 계시의 날에 그대에게 진노를 쌓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각자에게 그 행실대로 갚으실 것입니다.”
하느님은 호의와 관용과 인내를 다해 우리의 회개를 기다립니다. 끊임없는 회개의 여정 중에 있는 우리들입니다.
회개의 자리는 바로 지금 여기입니다. 지금 여기 제자리에서 꾸준히 선행을 하면서 영광과 명예와 불멸을 추구하는 우리들에게 주님은 영원한 생명을 주실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회개하고 선을 행하려는 우리 모두에게 영광과 명예와 평화를 가득 내려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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