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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탐욕과 믿음 -10.17,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17 조회수573 추천수7 반대(0) 신고

2011.10.17 월요일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약37-107) 기념일

로마4,20-25 루카12,13-21

 

 

탐욕과 믿음

 

 

말씀 묵상 중 문득 떠오른 예전 아빠스님이 들려주신 일화를 잊지 못합니다.

청빈하고 소탈하게 사셨던 어느 노 수사님이 임종 전 아빠스님께

틈틈이 모아 깊이 간직해 두었던 100만 원 이상의 돈을 내어 놓으셨다 합니다.

평생 휴가비 남은 것이나 용돈을

언젠가를 대비해 조금씩 모아 두셨던 것입니다.

 

평생 하느님 끈과 돈 끈을 잡고 사시다가

죽음에 앞서 돈 끈을 놔버림으로 하느님 끈만을 잡게 수사님입니다.

의식주가 보장된 수도원이지만 이게 사람입니다.

나이 들어 갈수록 점증하는 두려움과 불안에

생명에 대한 집착도 더욱 커지기 마련입니다.

 

아주 구체적인 게 돈과 밥에 대한 집착입니다.

살아가기 위해 돈과 밥은 너무나 자명한 현실이요,

현재는 물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 때문에

탐욕이 발동하는 것은 자기보호 본능 상 너무나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그러나 밥과 돈의 본능적 탐욕만 있고 하느님 믿음이 빠져버리면

말 그대로 노추(老醜)의 삶이 될 것입니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요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있지 않다.”

 

탐욕을 경계해라 했지 탐욕을 버리라, 탐욕을 없애라 하지 않습니다.

탐욕은 인간의 자연스런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탐욕을 경계하여 잘 관리하라는 말씀입니다.

생명은 재산(돈)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탐욕에 지배되어 삽니다.

하늘에 재물을 쌓아두기 보다는 세상 보이는 곳간에 재물을 쌓아둡니다.

 

곳곳에 곳간에 쌓아둔 돈은 넘치는데

주위에선 생활고로 자살자 빈번한 오늘의 양극화 현실입니다.

오늘 복음의 부자는 바로 탐욕의 보통 사람들을 상징합니다.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자신과 독백의 대화를 나누는 부자는 그대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탐욕에 눈이 어두워져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부자입니다.

위로 하늘에 옆으로 이웃에 완전히 닫혀있는 이기적 인간의 표상입니다.

돈과 밥만 있고 하느님은 완전히 빠져버렸습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

재물을 하늘에 쌓아두지 않고

보이는 세상 곳간에 쌓아두는 자가 어리석은 자입니다.

자기를 위해서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생명을 보장하는 것은 재물이 아니라 하느님입니다.

삶이 살아계신 하느님의 선물임을 잊을 때

집착의 탐욕이요 두려움과 불안입니다.

 

진정 삶이 하느님의 선물임을 아는 이들은 재물을 믿는 게 아니라

하느님을 믿으며, 재물을 하늘에 쌓음으로 하느님 앞에 부유한 삶을 삽니다.

 

바로 믿음의 사람들이 그러합니다.

 

믿음은 이웃과의 나눔으로 표현되고 이런 실천적 믿음은

그대로 하늘에 쌓는 보물이 됩니다.

 

오늘 복음의 탐욕에 빠진 어리석은 사람과

로마서의 지혜로운 믿음의 사람 아브라함이 좋은 대조를 이룹니다.

 

탐욕에 대한 답은 믿음임을 보여줍니다.

믿음의 태양이 빛날 때 사라지는 탐욕과 두려움의 안개요

생명과 사랑 충만한 자유인의 삶입니다.

 

진정 하느님 앞에 부유한 사람인 아브라함입니다.

“아브라함은 불신으로 하느님의 약속을 의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믿음으로 굳세어져 하느님을 찬양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약속하신 것을 능히 이루어질 수 있다고 확신하였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하느님께서 그 믿음을 의로움으로 인정해 주신’ 것입니다.”

 

믿음 역시 끊임없이 일어나는 불신, 탐욕과의 평생싸움입니다.

믿음과 함께 가는 이탈의 자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음으로 굳세어져서 하느님을 찬양할 때

탐욕으로부터, 두려움과 불안으로부터 해방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시간,

하늘 곳간에 믿음의 보물을 쌓아두는 우리 모두에게

풍성한 생명과 사랑을, 희망을 선사하시어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자 되어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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