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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
이미경
작성일
2011-10-20
조회수
884
추천수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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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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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1년 10월 20일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Do you think that I have come to establish peace on the earth?
No, I tell you, but rather division.
(Lk.12.51)
제1독서 로마 6,19-23
복음 루카 12,49-53
지난 유럽 여행 중에 독일의 쾰른 대성당을 방문했습니다. 엄청나게 큰 고딕 양식의 성당이었지요. 600여년에 걸쳐서 성당을 지었으며, 건물의 높이는 거의 150m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크기였습니다. 저와 저희 일행은 이곳의 첨탑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첨탑을 오르기 위해 값을 치루고 있었지만, 신부라는 이유로 ‘성직자 신분증’만 있으면 공짜로 올라갈 수 있다는 말에 어마어마한 높이이지만 올라가기로 결정했지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첨탑의 꼭대기에 도착했습니다. 도시의 맨 꼭대기에 서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쾰른 대성당보다 더 높은 곳은 없었으니까요. 상쾌한 기분을 안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이곳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낙서였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이 한 것이 분명한 것으로 보이는 한글로 된 낙서는 더욱 더 부끄럽게 만들더군요.
쾰른 대성당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곳인데, 이곳에 낙서가 웬 말입니까? 그냥 한글로만 적었으면 잘 모를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사이에 친절하게도 ‘KOREA’라고 적어 놓았으니 한국 망신을 제대로 시키고 있더군요.
이곳에 낙서를 할 때에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내가 하고 있다는 자부심? 이렇게 높은 곳에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는 뿌듯함? 하긴 그곳에는 한글 말고도 다른 언어의 낙서가 가득 있었지요. 그래서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러한 몰상식한 행동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순간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합리화를 시키는 생각을 했겠지요. 또한 이곳에 흔적을 남겼다는 기쁨도 가졌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우리의 일상 가운데 이렇게 몰상식적인 행동을 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남이 보지 않는다고, 나를 드러내고 싶다는 생각에, 쓸데없는 용기를 내세워서 이러한 몰상식적인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몰상식적인 행동을 세상의 기준에 맞추어 합리화시키지요.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면, 또한 하느님의 뜻과 맞지 않는 모습이라면 절대 합리화되지 않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상한 말씀을 하시지요.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세상의 평화는 전쟁과 총칼로 평정한 평화일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힘으로 유지하는 평화를 합리화시키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님께서는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왜냐하면 당신께서 제시하는 평화는 힘으로 만드는 평화가 아니라, 사랑으로 만드는 평화이기에 사람들의 반대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기준을 따르라고 하지 않으십니다. 철저히 하느님의 뜻을 따르라고, 그래서 철저하게 사랑할 것을 명하십니다. 이 모습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박해를 받아 큰 아픔을 경험할 수 있지만, 세상의 기준이 아닌 하느님의 기준에 따를 때에만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라고 약속해주십니다. 우리가 따라야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는 일로 생활을 유지하고 나눔으로 삶을 만들어 간다(윈스턴 처칠).
천국은 어떻게 생겼다고 자신 있게 말하실 수 있나요?
문제의 낙서
자녀들이 묻습니다.
“엄마! 아빠! 천국은 어떻게 생겼어!”
그러자 부부가 동시에 자녀에게 웃으며 말합니다.
“그것도 몰라! 우리 집과 같은 곳이 바로 천국이야!”
지금 내 자녀에게 하느님 나라가 바로 우리 가정이라고 말하실 수 있습니까? 우리 가정 안에 사랑과 이해와 용서가 넘쳐 난다면 정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성가정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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