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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분열과 일치 - 10.20.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20 조회수374 추천수4 반대(0) 신고

2011.10.20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로마6,19-23 루카12,49-53

 

 

분열과 일치

 

 

분열은 현실이고 일치는 이상입니다.

작금의 우리사회 현실을 봐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50년 이상 계속되는 좌우의, 진보와 보수의 분열이자

대립에 점증하는 지역, 계층 간의 분열이요 대립이요,

이번에 있을 서울 시장 선거 과정을 통해서도 첨예하게 드러납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역동적인 사회요 부정적으로 보면 혼란한 사회입니다.

이런 이념, 계층, 지역 간 분열과 혼란의 와중에도

한나라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간다는 것이 정말 하느님의 은총이자 기적입니다.

새삼 이런 분열과 대립을선거를 통해 조정해 갈 수 있다는 것이 천만다행으로 생각됩니다.

유혈의 혁명을 방지하는 무혈의 선거 혁명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분열과 혼란의 한복판에 오신 주 예수님이십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 또한 평화가 아닌 분열을 일으키러 오셨다고 말씀하십니다.

 

영어성경에서는 오늘 복음을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예수-분열의 원인(A Cause of Division),예수의 하늘나라 선포는 정화화고 순화하는 불이다.

수용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로 만나게 되는 그분의 메시지는

가족 내에서 조차 충돌과 불화의 원천이 된다.’

 

거짓 평화를 주러 오신 예수님이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오신 주님이십니다.

주님이 오심으로 진리와 거짓, 빛과 어둠, 생명과 죽음이 확연히 나눠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거짓과 어둠을 폭로하여 분열케 하는

진리와 빛의 십자가의 주님이 참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진리냐 거짓이냐, 생명이냐 죽음이냐, 빛이냐 어둠이냐 선택을 요구하는 분열입니다.

 

이런 빛이자 생명이자 진리이신 주님이 계시지 않다면

인류는 어둠 속에 길을 잃고 영원히 방황할 것입니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아니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바로 이게 하느님의 예언자의 숙명입니다.

끊임없이 세상에 말씀의 불을, 사랑의 불을 질러 타올라야 밝고 따뜻한 세상입니다.

분열 중에도 끊임없이 진리와 빛과 생명을 추구할 때 참 평화입니다.

 

이런 와중에서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주님의 고뇌입니다.

“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

 

이 또한 예언자의 운명입니다.

세상에 불을 놓은 방화(?)로, 세상에 분열을 일으킨 범죄(?)로 인해

예감대로 십자가상에서 처형당하신 주님이십니다.

 

하여 십자가의 주님을 보면서

세상에 계속 사랑의 불, 희망의 불을 놓아야 겠다는 자극을 받고

생명과 빛, 진리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격려를 받게 됩니다.

 

분열의 현실은 참 평화의 일치를 향합니다.

세상의 분열은 우리의 내적 분열을 상징합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대로 죄의 종에서 하느님의 종으로 성화되어 살 때

내적 분열에서 내적 통합의 영원한 생명의 선물입니다.

 

분열이 현실이라면 일치는 이상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 분열이라면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일치입니다.

믿는 이들에게 분열은 참 평화의 일치를 향한 과정입니다.

 

하여 분열과 혼란의 한 복판에 주님이 계시고 미사가 있습니다.

용산 참사 때,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두물 머리에서

끊임없이 봉헌됐던 미사가 바로 분열과 혼란의 치유를 통해

 

참 평화를 바라는 하느님과 우리의 간절한 염원의 표현입니다.

미사를 통해 하느님의 참 평화의 선물이 없었더라면

저희 수도공동체는 벌써 공중분해 됐을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분열과 혼란을 치유하여 참 평화의 일치를 이루어주는 미사은총입니다.

 

오늘 본기도 말씀대로 '모든 소망을 넘어서는 참 행복'이듯,

모든 분열과 혼란을 넘어서는 참 평화입니다.

 

며칠 전 읽은 두 글이 생각납니다.

 

‘21세기는 융합의 시대다.

여러 분야들이 서로 소통하고 통합하여

학제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의 양성 없이

글로벌 시대를 주도할 선도형 경제개발 단계로의 진입은 어려울 것이다.’

 

‘무한 대립만으로는 정치적, 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가 어렵다.

종합이 필요하다.

이 종합은 대칭적 종합이 아니라소수자들의 삶을 중심에 놓는 비대칭적 종합이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갉아먹는

신자유주의나 세계화, 일방적인 FTA 등을 극복하는 것이 시대의 과제이다.

그러나 도덕적 정당성이나 감정적 대립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비대칭적 종합을 추구하는 정치가 절실하다.’

 

융합형 사고와 비대칭적 종합을 추구하는 사고가 일맥상통합니다.

 

바로 분열과 혼란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모두를 품에 안아

참 평화의 일치를 이루어 주는 주님의 미사 은총이

우리를 ‘비대칭적 종합’의 ‘융합형’ 인간으로 변화시켜 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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