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은 제게 “돈에는 흥미도 관심도 없으셔서 수도회 사제가 되신 거죠?”라고 묻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웃지만 속으로 “아니요. 저도 돈을 버는 방법을 알고 싶고 그것을 얻고 싶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그것이 제가 가장 알고자 하는 것, 얻고자 하는 것은 아니죠.”라고 말합니다.
한때 저는 지금 가장 뒷전에 남겨진 그것들을 맨 앞에 놓았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것들이 저의 존재 의미와 생명을 한껏 키워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통장에 제 계획대로 예금이 차곡차곡 쌓여갈 때 일어난 사건이 그런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것은 큰 대가를 치르는 일이었지만 결코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한 친구가 아주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습니다. 무척 기쁜 마음에 그러자고 해놓고 만나지는 않았습니다. 제게 무엇인가를 부탁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후에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만나기를 원했지만 그 친구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 어떠한 것으로도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존재를 잃어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친구도 저 자신도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저희에게 ‘무엇을 알고자 하느냐?’, ‘무엇을 얻고자 하느냐?’라고 물으십니다. 우리 모두 그분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만드신 당신의 원의를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원의에 되도록 많은 형제자매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입니다.
오늘따라 유독 그 친구에게 더욱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함께 전하고 싶습니다. 친구에게 진 이 크나큰 빚을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요?
한기철 신부(성바오로수도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