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회에 입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입회 동기 형제와 천장 형광등을 교체할 때였습니다. 형제가 힘들게 작업하는데 저는 장난삼아 그의 생김새를 가지고 놀렸습니다. 며칠 후 그는 바들바들 떨면서 제게 말했습니다. 굉장히 불쾌하고 화난다고 말이죠. 그런데 바로 이어진 저의 말에 형제는 더욱 큰 충격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그렇게 자신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지?”
미안하다, 정말 잘못했다는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할 용기가 없어서였죠. 그러면서도 그 말 때문에 행여 그 형제가 수도회를 떠나지는 않을까? 그렇지 않더라도 평생 그의 마음에 제가 들어설 자리가 없을까 봐 두려웠습니다. 정녕 그리된다면 저도 수도회에 머물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기도를 했습니다. ‘당신께서 맺어주신 형제의 인연을 저버렸으니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다시는 그 같은 일로 당신의 은총을 저버리지 않게 해주세요.’
정말 고맙게도 하느님께서는 저의 회개를 받아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형제와 저는 신부가 되어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때의 일을 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얼마나 악하고 교활할 수 있는지 알게 해준 순간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자칫 잊어버리기 쉬운 그분의 숭고함을 일깨워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니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사람들의 죽음을 전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죄 때문에 소원했던 아니 단절되었던 아버지 하느님과의 자녀 관계를 찾으라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그 때문에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처럼 된 우리에게 거름을 주기 위해 오셨다는 당신의 역할을 알려주십니다. 자, 이제 그분의 자양분을 한껏 빨아들여 결실을 맺을 때가 되었습니다. 바로 지금이 그때입니다.
한기철 신부(성바오로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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