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0월 23일 연중 제30주일(전교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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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10-23 | 조회수539 | 추천수12 | 반대(0) 신고 |
10월 23일 연중 제30주일(전교주일) - 마태오 22,34-40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힘겨운 날>
오늘 오후 한 아이를 "큰집"에서 데려오는 차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오랜만에 쐬는 바깥공기에 기분이 좋아진 아이는 "마치도 길고도 깜깜한 터널을 막 빠져 나온 느낌이다"고 말했습니다. 그간 아이의 고생이 손에 잡힐 듯 했습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홀로 이곳 저곳을 전전해서 그런지 아이는 자기표현이 뚜렷했습니다. 제가 "적군"이 아님을 확인한 아이는 자신의 지난 스토리를 스스럼없이 아주 소상하게 들려주었는데...참으로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아이의 기막힌 사연을 들으면서 진흙탕에 빠진 사람에게는 그를 건져줄 다른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은 아이 홀로 헤쳐나가기 어려운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혼자 발버둥쳐도 진흙탕에 빠진 사람은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기 마련입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못한 일이 있더라구요. 알아서 뭍으로 올라오겠지 생각하고 방치해두면, 더 깊은 늪 속으로 빠져들어 결국은 헤어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하루였습니다.
힘겨운 날 어깨를 기댈 수 있는 그 누군가가 이 세상에 단 한사람도 없다는 것처럼 슬픈 일은 다시 또 없습니다. 그런데 때로 이 세상 어딜 가도 의지가지 하나 없이 홀로 비틀비틀 걸어가는 아이들을 만납니다. 너무도 가엾어서 할 말을 잃고 맙니다.
결코 길지 않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힘겨운 날, 이 세상에 그나마 당신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계셔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사랑에 대해서 말씀하시는데, 사랑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힘겨운 순간 함께 같이 길을 동행해주는 일, 깊은 좌절로 인해 일어설 힘조차 없을 때 다가와 손을 내밀어 주는 일, 그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고통이 눈물 되어 흘러내릴 때 조용히 어깨를 감싸 안아주고 눈물을 닦아주는 일, 그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돈보스코 성인의 교육학 안에 참으로 중요하며 효과적인 도구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친절한 사랑입니다. 돈보스코 성인에게 있어서 친절한 사랑이란 아이들의 영혼을 구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전략적인 가치를 지닙니다. 친절한 사랑은 살레시오 정신 안에서 가장 특징적인 요소입니다.
친절한 사랑이란 잘 대해준다든지 공감해준다든지 상냥하게 대하는 그 이상의 태도입니다.
친절한 사랑이란 상대방의 무례함이나 부족함을 끊임없이 인내하는 덕 중의 덕입니다.
친절한 사랑은 상대방의 성장을 위해 기꺼이 한 알 썩는 밀알이 되고자 하는 바램의 외적 표현입니다.
친절한 사랑은 인격 전체의 투신을 요구하는 영웅적인 행위입니다.
친절한 사랑은 이웃에게 자기 자신을 전적으로 개방하고 이웃을 진정한 형제로 받아들이는 복음적 삶의 방식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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