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10월 25일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25 조회수944 추천수18 반대(0) 신고

 

?

10월 25일 연중 제30주간 화요일-루카 13장 18-21절


 

“하느님의 나라는 무엇과 같을까? 그것을 무엇에 비길까?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나이를 점점 먹어갈수록 세례를 받았다는 것, 그래서 그리스도인으로,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간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 하느님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 곡선을 한번 보십시오.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마침내 정상에 오릅니다. 인생의 절정기인 그 순간, 삶은 철저하게도 호의적입니다. 만사가 OK입니다. 무얼 하든 다 잘 풀리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다 내편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빛나는 순간은 너무도 잠시입니다. 요즘 우리 눈을 즐겁게 하는 아름다운 단풍잎처럼 찬란하던 인생은 순식간에 퇴색됩니다. 어느새 급격한 내리막길에 접어듭니다. 더 이상 사람들의 환호도 박수갈채도 없습니다. 남아있는 것이라곤 단맛이 다 빠져나가버린 인생의 쓴맛, 그리고 주어진 모진 목숨 다하는 순간까지 견뎌내는 일입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인생은 철저하게도 다릅니다. 물론 생로병사의 사슬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리스도인이건 아니건 누구나 거쳐야 할 육체적 쇠락 과정에서 예외는 없습니다. 그러나 육체의 쇠락이 곧 영혼과 정신의 쇠락에 직결되지 않습니다. 육체는 시들고 약해지지만 영혼과 정신은 더 맑아지고, 더 순수해지고, 더 찬란하게 빛날 수 있습니다.

 

    은혜롭게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나이 들수록 더 행복하고, 더 충만하고, 더 열렬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더 기쁘고, 더 희망하며, 더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사람들과는 달리 눈에 보이는 것에 목숨을 걸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에 모든 것을 걸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에만 모든 것을 거는 것은 정말 불행한 일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은 <진정한> 희망이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건너가고 있는 ‘인생’이란 이 강, 때로 거센 물살, 큰 암초에 힘겹기도 하겠지만 꾸준히 노를 저어 건너가다 보면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피안의 언덕에 가닿을 것입니다. 그때 맞이하게 될 영광, 기쁨, 행복을 생각한다면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겪는 고난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결국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하는 일입니다. 우리 안에, 우리 인생 안에, 우리 공동체 안에 뿌려진 겨자씨 한 알, 소중히 여기며 열심히 가꾸어나갈 때 언젠가 큰 나무로 성장할 것이라는 진리를 확신하는 일입니다. 비록 오늘 우리 사랑과 정성이 너무나 부족하고 보잘 것 없다할지라도 하느님의 크신 자비, 하느님 나라의 가능성을 믿는 일입니다.

 

    여기가 세상의 끝이 아니라는 것, 이 세상이 다가 아니라는 것,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요. 이 세상 너머에 사랑과 자비로 충만한 하느님 나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얼마나 큰 은총인지 모릅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견디는 일입니다. 인생의 쓴맛도 견디고, 때로 참혹함도 견디고... 또한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희망하는 일입니다. 고통 앞에서도 희망하고, 슬픔 앞에서도 희망하고, 나 자신의 나약함과 무력함 앞에서도 희망하고...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