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끝나면 이 곳 이탈리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호두, 땅콩 등을 비롯한 견과류를 까먹으며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는데 갑자기 오늘은 그 모여 노는 꼴이 꼭 원숭이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된 견과류들 중에 겉껍질이 너무 단단하고 내게는 낯선 한 종류가 있어 이탈리아 신부님에게 그 이름을 물었다.
“로베르토, 저건 뭐야?”
“저건 만돌레(mandorle)야.”
호두까기를 사용해서 힘들여 딱딱한 겉껍질을 깨고 그 속을 봤더니 두께가 좀 얇은 것 빼고는 우리와 먹는 아몬드와 너무 흡사하게 생겼길래 다시 로베르토 신부님에게 물었다.
“로베르토, 이건 아몬드아냐?”
“아몬드가 뭐야? 그건 만돌레라니까. 만돌레!”
“이상하다. 맛도 꼭 아몬드 맛인데...... 그럼 이탈리아 말로 아몬드는 뭐라고 하니?“
“몰라. 난 한 번도 안 먹어봤어. 아몬드라는거......”
그때 마침 홍콩에서 오랫동안 선교사로 활동한 다른 신부님이 그 자리에 왔다. 로베르토 신부님과 내가 거의 동시에 물었다.
“루이지, 아몬드를 이탈리아 말로 뭐라고 해요?”
“아몬드? 만돌레!”
로베르토 신부님과 나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한 참을 낄낄거리며 웃었고 갑자기 웃는 영문을 모르는 루이지 신부님은 왜 그렇게 웃느냐고 자꾸 묻고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단단한 겉껍질에 쌓여 있는 아몬드를 한 번도 보지 못했었고 로베르토는 아몬드라는 이름을 그때 처음 들었다.
만약 우리가 똑같은 것을 가리키는 두 이름을 가지고 싸웠다면 어땠을까?
하느님이 옳다느니, 혹은 하나님이 옳다느니 하면서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평생토록 그 이름이 가리키는 바를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할 것이다. 자기들의 신의 이름을 걸고 성전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신의 이름 너머에 있는 신성은 결코 체험하지 못할 것이다.
또 하느님을 신앙하는 방식, 전례를 포함한 신앙 행위를 가지고 싸우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하느님을 믿는다’에서 그 핵심 내용인 ‘하느님’, 그리고 ‘믿음’이 가리키는 참의미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하느님이 누구이신지,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이 무엇인지, 우리는 왜 신앙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다시 그 본질적인 문제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하느님을 걸고 싸울 만큼 하느님을 알지 못하고 있으며, 하느님을 아는 사람은 평화롭다.
“내 말을 믿어라. 사람들이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에 ‘이 산이다.’ 또는 ‘예루살렘이다.’ 하고 굳이 장소를 가리지 않아도 될 때가 올 것이다. 너희는 무엇인지도 모르고 예배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예배드리는 분을 잘 알고 있다.”(요한4,21-22)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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