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희망의 이정표 - 11.01.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 |||
---|---|---|---|---|
작성자김명준 | 작성일2011-11-01 | 조회수431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2011.11.1 화요일 모든 성인들(ALL SAINTS)의 대축일 요한 묵7,2-4.9-14 1요한3,1-3 마태5,1-12ㄴ
희망의 이정표
모든 성인들은 하느님을 가리키는 '희망의 이정표'입니다. 11월 위령성월 첫 날을 활짝 연 모든 성인들의 대축일입니다. 성인들로 인해 11월 위령성월은 ‘희망의 달’ ‘행복의 달’이 되었습니다. 수확이 끝난 배 밭처럼 ‘텅 빈 허무’가 아닌 ‘텅 빈 충만’의 ‘기쁨의 달’이 되었습니다.
어제의 따뜻했던 기억이 저에겐 큰 위로와 힘입니다. 둘째 형수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형님의 선종 3주기를 맞아 형수님 댁을 방문하여 가족과 함께 위령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마침 1989년도 서품 때 찍었던 확대해 액자에 넣은 가족사진도 제대 위에 놓았습니다. 5년 사이에 둘째 형님(2008.10)을 비롯해, 어머니(2005.6), 큰 형님(2011.4), 셋째 형님(2011.7)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분들의 사진을 놓고 미사를 봉헌하다 보니 합동연미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참 은혜로운 친교와도 같은 축제의 미사분위기였습니다.
문득 돌아가신 네 분들 모두가 성인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미사 후로도 참 마음 뿌듯하고 평화로웠으니 이 또한 자비하신 하느님 체험입니다.
어제 읽은 어느 분의 인터뷰 내용도 흥미로웠습니다. “요즘 FGI(Focus Group Intervieu, 표적 집단면접)를 해보면, 차기 지도자, 차기 대통령의 덕목 중에 뭐가 제일 중요하냐고 물을 때 ‘비전’, ‘희망’ 이것은 아무도 안 꼽는다. 그것 참 이상하다. ‘소통’, ‘신뢰’ 두 개를 꼽는다. 내가 하도 이상해서 물어봤다. 지도자의 덕목으로 ‘비전’, ‘희망’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왜 아무도 안 꼽느냐고 하니까, 한 사람이 그러더라. 너무나 간단히 대답한다. ‘내일이면 바꿀 비전, 희망 듣기 싫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대선에서 중요한 ‘비전’이나 ‘희망’을 안 꼽는 것이다. 그들이 비전 대신 꼽은 ‘신뢰’ 그리고 소통이 뭔가. ‘우리 말 좀 들어 달라. 그리고 약속을 지켜 달라.’는 것 아닌가. 특이한 현상이다.”
바로 성인들은 위로 하느님을 향한 ‘비전’과 ‘희망’의 사람들이자 옆으로 이웃과 ‘소통’과 ‘신뢰’의 사람들이요, 바로 이의 모범이 십자가와 부활의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늘에 빛나는 별들처럼 교회 하늘에 빛나는 별 같은 성인들은 교회의 자랑이자 보물입니다.
새벽 길을 산책하다 보면 하늘을 보게 되고 저절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하며 주의 기도를 바치게 됩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면서 우리 역시 성인들이 되어갑니다. 끊임없이 마음을 담아 바치는 주의 기도가 우리를 성인으로 만듭니다.
성인은 보고 관상하라 주어진 게 아니라, 보고 배워 성인되어 살라고 주어진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주의 성인들아, 영원히 주님을 찬양하라.”
하느님을 열렬히 사랑하여 영원히 주님을 찬양하는 자가, 주님의 얼굴을 찾는 자가 성인입니다.
묵시록의 성인들과 천사들처럼 우리 역시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제대를 중심으로 모여 끊임없이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공동전례기도가 우리를 성인으로 만듭니다.
천상의 별 같은 성인들이요 지상의 꽃 같은 성인들입니다. 10여 년 전 써놓은 시가 생각납니다.
“땅의 행복은/밤마다 누워/하늘 바라보며 별들/가득 담아 두었다가/꽃들로 피어내는 것이다.”
지금 여기서 꽃 같은 성인되어 살아야 천상에서 별 같은 성인들로 살 수 있습니다.
성인이 되라 불림 받은 우리들입니다. 우리 인생의 궁극 목표가 있다면 단 하나 성인이 되는 것입니다.
세상에 똑같은 성인은 하나도 없습니다. 고유의 참 나를 살 때 성인입니다. 주님을 닮아갈 수록 고유의 참 나의 성인입니다.
“저 사람들은 큰 환난을 겪어 낸 사람들이다. 저들은 어린양의 피로 자기들의 긴 겉옷을 깨끗이 빨아 희게 하였다.”
순탄대로, 온실 속의 성인들은 없습니다. 묵시록의 어좌 곁에 있는 하느님의 승리를 상징하는 14만 4천명의 사람들, 평생 산전수전 온갖 고통과 시련을 겪어내며 정화되고 성화된 성인들입니다.
살아생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승리의 영광의 미래를 대다보며 복음의 진복팔단의 참 행복을 살았던 분들입니다.
지금부터 참 행복한 성인으로 살 수 있는 길은 이 길뿐입니다.
누구나 마음 만 먹으면 살 수 있는 다음의 성인들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슬퍼하는 사람들, 온유한 사람들,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자비로운 사람들,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바로 이들이 참 행복한 성인들입니다. 누구나 지금 여기서 살 수 있는 성인의 길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여 하느님이 그의 행복이 될 때 진선미의 하느님을, 신망애의 하느님을 닮아 점차 이런 성인들로 변모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뻐하고 즐거워합니다. 그들이 받을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아버지께서 얼마나 큰 사랑을 주시어 하느님의 자녀라 불리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 때 성인입니다.
세례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들은 이미 성인됨의 여정에 올랐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분께서 나타나시면 우리도 그분처럼 될 것입니다. 그분을 있는 그대로 뵙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하느님께 이런 희망을 두는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순결하신 것처럼 자신도 순결하게 하며 성인됨의 여정에 항구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매일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주님을 닮은 참 나의 성인으로 만들어 줍니다.
아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