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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4일 금요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04 조회수648 추천수15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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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금요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루카 16장 1-8절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더욱 당당하고 더욱 충만한>

 

 

    가까운 곳으로 가을소풍을 다녀왔습니다. 그야말로 단풍이 절정입니다. 샛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몇 그루를 배경으로 한 고풍스런 암자 한 채가 눈에 띄었는데 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었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줄지어선 단풍나무들은 마치도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여인들 같았습니다.

 

    눈부시게 화려하게 단장한 나무들을 바라보며 한 묵상꺼리가 떠올랐습니다. 우리 인간들 눈에는 저리도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단풍잎이지만 사실 단풍잎 입장에서는 마지막 몸부림을 치며, 최후의 몸살을 하며 아파하는 것입니다. 봄날의 아기 손바닥같이 앙증맞고 부드러운 연둣빛 잎사귀는 한 여름의 푸르름을 지나 이제 생명을 다하고 최후의 순간을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름다움 그 이면에는 언제나 아픔이나 희생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누군가의 고통과 십자가로 인해 슬프도록 아름다운 광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공동체가 요즘 단풍 나뭇잎처럼 빛나고 아름다워지려면 그 누군가의 희생은 필수입니다. 우리 단체가 절정인 한 그루 은행나무처럼 멋지게 변하려면 그 누군가가 아픔은 필수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대자연의 순환을 닮아 가면 좋겠습니다. 봄날의 파릇파릇함도 좋습니다. 여름날의 푸르름도 좋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보여주는 단풍은 그 어느 때 보다 화려하고도 아름답습니다.

 

    우리 역시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마냥 쓸쓸하고 허전하고 우울한 것이 아님을 보여줘야겠습니다. 노년기에 접어들어도 더욱 아름답고 더욱 당당하고, 더욱 충만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겠습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노력이 한 가지 있습니다. 영적인 삶, 영성생활입니다. 영적생활에 대한 우선권을 두는 노력입니다.

 

    영성생활을 잘 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이 세상에 충실하되, 목숨을 걸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너나 할 것 없이 유한하고 결핍된 존재라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입니다. 언젠가 그 누구를 막론하고 죽음을 맞이한다는 진리를 매일 기억하며 살아가는 것, 이 세상이 다가 아니라는 것, 이 세상 너머에 또 다른 세상, 사랑으로 충만한 하느님 나라가 존재함을 믿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꽤나 알쏭달쏭한 비유인 만큼 잘 새겨들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불의한 집사의 그릇된 행동에 대해 칭찬하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는 여러 가지로 큰 잘못을 한 집사입니다. 주인의 재산을 임의대로 사용했습니다. 더군다나 공문서 위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주인은 이 불의한 집사에게 영리하게 대처했다고 칭찬합니다.

 

    우리도 불의한 집사처럼 행동하라고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은 절대 아니겠지요. 요점은 아마도 이것이 아닐까요? 어떻게 해서든 미래를 잘 준비하라는 말씀, 미래 중의 미래, 가장 궁극적인 미래인 마지막 날, 최후의 날에 잘 대처하라는 말씀, 이 세상 그 너머에, 죽음 그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영원한 하느님 나라에 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

 

    우리가 지금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든 것들, 사실 유한한 것들입니다. 지금은 대단해보이지만 얼마간 세월이 흐르면 낡고 퇴색되고, 결국 사라져버릴 것들, 무(無)로 돌아갈 것들입니다.

 

    우리네 인생에서 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다 신경 쓰고 관심을 둬야할 대상이 무엇인지? 최선을 다해서 전력투구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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