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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능하시고 자비하신 주님 - 11.4,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04 조회수393 추천수5 반대(0) 신고

2011.11.4 금요일 성 가롤로 보르메오 주교(1538-1584) 기념일

로마15,14-21 루카16,1-8

 

 

 

전능하시고 자비하신 주님

 

 

전능하시기에 우리를 우리보다 더 잘 아시고

자비하시기에 우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언젠가 ‘원판불변의 법칙’을 들먹이며

변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어느 수녀님의 말이 생각납니다.

“사람이 판단하지, 하느님은 모든 원판의 사람을 예쁘게 보신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사랑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사람만큼 하느님의 잣대도 다 다릅니다.

획일적 하나의 잣대로 사람을 재는 게 아니라

각자 고유의 잣대로 그를 재는 하느님이십니다.

 

저는 오늘 복음에서도 하느님의 이런 면을 묵상했습니다.

성실하고 슬기로운 청지기를 칭찬하셨던 주님(루카12장) 이

오늘은 불의한 청지기를 칭찬하십니다.

주님의 판단이 일관성이 없어 보입니다만

저는 여기서 전능하시고 자비하신 하느님을 알아챘습니다.

 

물론 주인은 하느님을 상징합니다.

밀과 가라지가, 성실한 청지기와 불의한 청지기가 공존하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밀만의, 성실한 청지기만의 세상은 환상이요 희망사항일 뿐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모두가 살기를 바라시는 주님이십니다.

궁즉통(窮卽通)이라 했습니다.

위기에 처한 불의한 집사의 위기대처 능력이 뛰어납니다.

 

주인의 해고가 예상되자 순발력을 발휘하여 주인에게 빚진 자를 탕감해 주며

민첩하게 미래를 대비하여 살 길을 마련합니다.

이에 대한 주인의 반응은 그대로 하느님의 반응입니다.

‘주인은 그 집사를 칭찬하였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주인이 이런 방안을 얘기하여 살길을 마련해 줄 수는 없는 법입니다.

이렇게 일을 벌려놔야 마지못해서라도 허락할 수뿐이 없습니다.

 

사실 주인은 이렇게 제 스스로 살길을 마련한 불의한 청지기가

내심 고마웠을지도 모릅니다.

‘일어나는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은 아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허락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라는 본 훼퍼의 말도 생각이 납니다.

불의한 청지기의 행위가 주인(님)의 뜻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주인(님)은 이를 묵인(허락) 할 수 뿐이 없었습니다.

주님은 자비하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인은 그대로 일을 저질러 놓으면 뒷수습을 하시는

자비하신 주님을 닮았습니다.

생각 없이 저질로 놓는 일이 아니라 고뇌 끝에 도달한 결과여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이런 부당한 일을 저질렀을 때의 불의한 청지기의 고뇌는

참 깊었을 것입니다.

 

복음의 불의한 청지기와 대조적인 성실한 청지기의 전형이

로마서의 사도 바오로입니다.

둘 다 공통점은 위기대처능력의 신속함이요 대담함이며 추진력입니다.

 

사도 바오로가 저질로 놓은 복음 선포를 뒷수습하시며 이루어주시는 주

님이십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이와 같이 나는 그리스도께서 알려지지 않으신 곳에

복음을 전하는 것을 명예로 여깁니다.”

 

주목되는 두 단어가 ‘자랑’과 ‘명예’입니다.

하느님을 위하여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복음을 전하는 것을 명예롭게 생각한 자부심 넘치는

주님의 충실한 청지기 사도 바오로였습니다.

 

하여 주님도 기쁘게 바오로가 벌려 놓은 일의 뒷수습을 잘 해주셨기에

성공적인 복음 선포였습니다.

주님은 우리의 자랑이자 명예입니다.

 

오늘도 주님은 이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성실하고 슬기로운 청지기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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