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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에 대한 짧은 생각] 20111104
작성자김용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04 조회수316 추천수1 반대(0) 신고
2011년 11월 4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6,1-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집사를 두었는데, 이 집사가 자기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그를 불러 말하였다.

‘자네 소문이 들리는데 무슨 소린가? 집사 일을 청산하게. 자네는 더 이상 집사 노릇을 할 수 없네.’

그러자 집사는 속으로 말하였다. ‘주인이 내게서 집사 자리를 빼앗으려고 하니 어떻게 하지? 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다. 옳지, 이렇게 하자. 내가 집사 자리에서 밀려나면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해야지.’

그래서 그는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 첫 사람에게 물었다. ‘내 주인에게 얼마를 빚졌소?’

그가 ‘기름 백 항아리요.’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으시오. 그리고 얼른 앉아 쉰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이어서 다른 사람에게 ‘당신은 얼마를 빚졌소?’ 하고 물었다. 그가 ‘밀 백 섬이오.’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아 여든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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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위기에 몰린 집사의 이야기는 예수님이 철저히 세상 사람들의 모습 하나를 예로 든 것입니다. 이야기 속의 집사는 자신의 잘못으로 위기에 내 몰리지만 그는 복음에 등장하는 내내 손해를 입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걱정 없이 집사로 있는 동안 주인의 재산을 마음껏 썼고, 이후 자신을 해고하려는 주인의 생각에 자신이 살 길을 도모하려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도와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후에는 주인에게 오히려 칭찬을 받는 일까지 이루어냅니다.

위기에 빠진 집사는 생각합니다.


‘주인이 내게서 집사 자리를 빼앗으려고 하니 어떻게 하지? 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다. 옳지, 이렇게 하자. 내가 집사 자리에서 밀려나면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해야지.’


집사가 선택한 것은 옮겨갈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그것도 주인에게 빚진 이를 이롭게 해주면서 말입니다. 사실 그의 선택은 주인에게 해를 끼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도리어 자신에게 이득이 됩니다. 왜냐하면 세상의 법칙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집사를 위기에 빠지게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사람들의 소문이었습니다. 그 소문에 주인에게 내몰리게 된 집사가 선택한 방법이 빚진 이의 집으로 들어가 일하는 것이었으므로 그 노력이 집사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려고 애쓰는 이들을 통해 또다른 소문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그것으로 주인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 집사의 능력입니다. 집사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결국 집사는 흔들리지 않는 기반을 잡게 됩니다. 주인 뿐 아니라 그의 영악함을 믿는 이들이 그가 자리에서 내처지는 것을 막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 주인에게 얼마를 빚졌소?’

그가 ‘기름 백 항아리요.’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으시오. 그리고 얼른 앉아 쉰이라고 적으시오.’



그러나 우리는 이 쯤에서 영리한 집사의 이야기에서 벗어나와야 합니다. 이는 예수님이 철저히 세상 사람들의 논리를 이야기하신 것 뿐입니다. 이 영리함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우리에게 다가온 상황, 곧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 이 상황을 잘 이해하고 우리 역시 빛의 자녀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곧 하느님 앞에 우리의 악함과 불성실이 모두 드러났으니 여기에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별 지침 없이 평가만 내려진 이 집사의 이야기가 다른 비유들과 달라 보인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영리해야 할지 별다른 가르침이 없으니 말입니다. 그냥 한숨섞인 진단만 있는 듯한 이야기의 끝에서 빛의 자녀인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궁리하지만 별다른 대책은 없어 보입니다.


이 이야기는 분명 우리가 하느님께 맡은 책임을 잘 생각하고 더 늦기전에 지혜롭게 우리의 부족함에서 일어서서 극복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기 위해 사용할 주인의 재물은 사랑 이외엔 없습니다. 빛의 자녀에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란 사랑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닥친 이 위기를 잘 깨닫고 쫓기기 전에 가지고 있는 사랑을 잘 나누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을 많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어딘지 모르게 참 힘이 없고 대책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책임보다는 받은 사랑도 갚지 못하는 처지가 더없이 한심해 보이기만 합니다.


그 때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이 복음의 끝에서 집사의 역할을 하고 계신 분이 다름 아닌 예수님이시라는 생각입니다. 사람들에게 "내 주인에게 얼마를 빚졌소?"하고 물을 수 있는 역할을 예수님께서 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사는 자신이 살 궁리를 했지만 예수님은 우리를 구하시기 위해 기회를 주고 계십니다. 비유 속에서 말씀하신 대로 영리하지 못한 빛의 자녀이기에 당신이 직접 이끌어 주고 서둘러 올바른 길로 되돌려 주시려 애를 쓰시는 모습입니다. 앉아서 빚을 깍아쓰도록 모의했던 집사마냥 얼른 돌아와 하느님 앞으로 오라고 예수님은 우리에게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의 말씀처럼 당시의 사람들은 예수님의 기회를 저버렸습니다. 지금 우리는 예수님을 찬양하고 감사하지만 당시 예수님은 집사가 받았던 칭찬이 아닌 십자가를 대신 받으셨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이 집사의 이야기에 무릎을 치며 과연 "영리하다!!" 감탄을 할 지 모릅니다. 그의 행동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모습일지 우리를 구하려 하셨으나 그분의 노력에 십자가를 안겨드리며 싫다고 손사래를 쳤던 그 때 이스라엘 사람들의 모습처럼 우리의 모습도 그렇지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예수님의 이야기는 집사를 본받으라는 이야기가 아니셨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믿는 분은 하느님이시라는 것, 그리고 우리는 그분의 뜻대로 사는 것이 우리가 맡은 집사의 책무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을 깨우치시려고 세상의 질서를 입에 올리시는 예수님의 걱정이 더욱 무겁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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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거래할 수 있는 것은 사랑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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