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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음으로 살아가기 /최강 스테파노신부
작성자오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05 조회수547 추천수10 반대(0) 신고
 
 
 

로베르토 신부님은 머리카락은 아직 갈색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이상하게도 더부룩하게 기른 수염은 완전히 흰 색으로 쇠었다. 마주 앉아 저녁을 먹다가 하도 궁금해서 물었다.

“로베르토 신부님, 왜 수염만 하얗게 쇠었죠?”

대답은 젊은 시절부터 로베르토 신부님과 아프리카 ‘기네아 비싸우’라는 조그만 나라에서 내내 함께 지냈던 마우리찌오 신부님으로부터 들었다.

“최신부, 이유는 간단해. 이 친구는 먹고 살기 위해서 입을 너무 많이 썼어. 머리는 언제 쓰려는지 도무지 쓰지를 않았거든. 많이 쓴 부위가 먼저 노화한거지.”

그 재치 있는 농담에다가 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하며 앉아있는 로베르토 신부님을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지나가던 다른 신부님들이 무슨 일이냐며 다가들었다.

잘 알지 못하는 어떤 분으로부터 메일을 한 통 받았다. 어느 사제의 잘못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평소 존경과 흠모의 마음을 가지고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었던 사제의 실수인지라 더욱 용서하기가 힘이 든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썩 잘 알지도 못하는 나에게 보내는 메일에까지 입에 담기도 힘든 표현을 써가며 이렇게 흥분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만약 메일에 적힌 내용 그대로가 사실이라면 지금쯤 그 사제는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메일의 내용 어디에도 그 사제를 위해 함께 마음 아파하고 걱정하고 위로하겠다는 내용은 단 한 줄도 없었다.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은 실수 한 번이면 존경과 흠모의 대상이었던 사람이 극악무도한 죄인처럼 다뤄지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 그가 가졌던 따뜻한 미소도, 사람들을 향해 건넸던 부드러운 손길도, 세상을 안고자 넓게 펼치고 있었던 가슴도 실수 한 번이면 구름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결과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고 고발하고 질타하는데 너무 열심이다. 그 결과가 있기 전에 그 사람이 얼마나 순수한 동기로 움직이고 있었는지 그 과정 안에서 얼마나 고생하며 땀 흘렸는지를 차곡차곡 담아둘 마음속의 빈자리가 없어서인지 모르겠다.

결과를 보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눈과 머리면 족하다. 하지만 지나간 과정을 보기 위해서는 차라리 육신의 눈은 감아야 하고 더군다나 동기나 지향 그리고 열정 같이 상대방의 마음 안에 담겨있던 것들은 역시 우리들의 마음으로 밖에는 볼 수가 없다. 이렇게 마음을 다해 사람과 세상을 보고 그 감동들을 담아 두기 위해서는 마음속의 빈자리가 필요한데 도대체 우리들 마음은 한 치 여유가 없다. 그 빈자리에서 사람과 세상에 대한 용서도 너그러움도 나오련마는......

세상이 각박하다고들 말하지만 결국 세상을 그렇게 만드는 것은 눈으로 보이는 것만 머리로 판단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하나, 둘 새치가 늘기 시작하는 분들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스스로에게 한 번쯤 묻도록 하자. 혹 그 동안 너무 눈과 머리로만 세상을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마음은 도대체 언제 쓰려는지......

“무엇보다도 네 마음을 지켜라. 그것이 복 된 삶의 샘이다.”(잠언4,23)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http://cafe.daum.net/frcho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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