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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작은 것 때문에 큰 것을 잃는 사람들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05 조회수754 추천수9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1년 가해 연중 제 32주일 - 작은 것 때문에

큰 것을 잃는 사람들

 


 

유학을 마치면서 로마에서 함께 공부하는 신부님들과 시칠리아로 이별여행을 떠났습니다. 차를 렌트하면서 보험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하기에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유학하는 동안 한 번도 사고 난 적이 없는데, 그동안 렌트하면서 버린 보험금도 상당한 액수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침 여행 마지막 날에 저희 신부 중 하나가 운전하다가 차를 긁어먹어 80만원 상당을 물어주어야만 했습니다. 마지막 몇 만원 더 냈으면 됐는데... 참 미련하죠?

작은 것 아끼려다 큰 것을 잃는 사람이 미련한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이 강도를 만났는데 강도는 총을 들고 있습니다. 강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총 안에는 총알이 들어있을 수도 있고 안 들어있을 수도 있소. 난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주지 않으면 이 총으로 당신을 쏠 것이요. 자, 선택하시오.”

이런 상황에서 돈이 아까워 총알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에 희망을 두며 돈을 주지 않는 미련한 사람이 있을까요?

만약 길을 무단횡단하면 차가 너무 빨리 달리는 곳이어서 두 명 중의 한 명은 사고로 죽는 무시무시한 길이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 위에는 당연히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육교가 놓여있습니다.

그런데 육교를 오르는 노력을 하기 싫어서 50%의 생존율밖에 없는 길을 건너는 모험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없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신이 없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믿으려 하지 않는 사람은 작은 것을 손해 보려 하지 않기에 큰 것을 잃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어리석은 처녀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신랑이 늦게 올 가능성이 있을 수 있음을 알면서도 빨리 온다는 것에 모든 것을 건 이들이었습니다. 물론 신랑이 빨리 왔다면 기름을 더 비축해 두었던 이들의 수고가 헛된 것이 되었겠지만, 결국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신랑이 늦게 와 기름이 떨어지면 영원히 하느님나라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는데도 일찍 올 것만 기대하면서 기름을 준비하지 않는 처녀들이 그런 어리석은 사람들인 것입니다.

 

사실 세상에서는 그런 어리석은 사람들이 현명한 사람들을 비웃습니다. 왜 쓸데없는 노력을 하느냐는 것입니다. 만약 신랑이 일찍 온다면 현명한 처녀들이 사다놓은 여분의 기름들은 헛수고가 되기 때문입니다.

한 봉쇄 수도원에 무신론자가 방문하였습니다. 그리고 수도원 원장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이렇게 수도원 안에서만 갇혀서 수도생활을 하지만 만약 여러분이 믿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굉장히 놀라게 될 것이고, 결국 인생을 허비한 셈이겠군요?”

수도원 원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들은 하느님이 계시다는 믿음으로 살기에 이 세상에서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 없이 하느님을 찬미하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결코 인생을 허비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만약 죽어서 하느님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게 된다면 더 놀라게 될 분은 바로 당신이겠지요.”

 

미련한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또 한 가지 있습니다. 신이 없다면 신을 믿고 산 사람들이 이 세상의 삶을 손해 보며 헛되이 사는 것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신을 믿으며 돈을 봉헌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며 사는 사람들이 어리석게 보이고, 돈과 쾌락을 쫓으며 사는 것이 더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이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이 착각을 위해서 신이 없다는 것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제가 태어나 군대 가기 전까지 살던 집은 평택군의 한 시골이었습니다. 고등학교는 수원으로 다녔는데 자전거를 타고 송탄시까지 나와서 봉고차를 타고 수원으로 통학하였습니다.

토요일 오후는 봉고차가 우리를 태우러 오지 않기 때문에 그 때는 수원에서 직행버스를 타고 내려와야 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다 그렇지만 너무 피곤한 나머지 버스를 타면 곯아떨어지기 일쑤였습니다.

한 번은 눈을 떠보니 버스가 송탄을 지나고 평택시를 막 떠나는 중이었습니다. 더 큰 일은 돌아올 차비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염치불구하고 옆에 앉은 학생에게 사정이야기를 하고 올라올 차비를 빌려줄 수 없느냐고 사정하였습니다. 그랬더니 그 학생은 돈을 주면서 갚을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그 날은 집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다음 번에는 절대 버스에서 자지 않겠다고 결심을 하고 내려오는 눈꺼풀을 손으로 밀어 올리며 참고 있었습니다. 잠을 못 자게 하는 고통이 가장 큰 고문방법이라는 것을 그 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오산을 지나서 다음 정거장이 송탄이었습니다. 그런데, 잠깐 사이에 잠에 떨어져 이번에는 마지막 종착지인 천안 버스 정류장에서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날도 올라올 차비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다 내릴 때라 누구에게 사정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습니다.

한 골목에 서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한 학생이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학생을 불러 세우고 또 사정 이야기를 한 다음에 돈을 좀 꾸어달라고 했습니다. 그 학생은 겁을 집어먹었는지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주었고, 갚을 테니 주소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저를 뒤로하고 괜찮다고 하며 빠른 걸음으로 가버렸습니다.

버스를 타고 다시 올라오면서 깨달은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제가 사람도 안 다니는 골목길에서 그 학생의 돈을 빼앗은 꼴이 되어버렸던 것입니다. 아마도 그 학생은 저를 불량학생으로 알고 돈을 털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돌아올 차비가 없어서 수원에서 송탄까지 잠을 참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비를 준비하는 수고가 따를지라도, 돌아올 차비가 있을 때는 차를 타서 바로 편안하게 눈을 붙일 수 있었고 오산 정도 오면 저절로 눈이 떠져서 조금 있다가 송탄에서 내리면 그만이었습니다. 돌아올 여비를 준비하지 않고 차를 타서 졸지 않으려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이렇게 미래에 대한 대비가 없는 것이 더 고통스럽고 힘든 것입니다. 그래서 만약 신랑이 일찍 도착했더라도 예비 기름을 가지고 있었던 처녀들이 더 편안한 마음으로 졸고 있었을 것은 확실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아버지의 생명보험을 드셨던 것이 생각납니다. 어렸을 때는 돈도 부족한데 그런 것을 왜 하시나 하였습니다. 또한 아버지의 죽음을 미리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아버지는 건강히 생활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부족할 때라도 그 보험을 들었었기에 어머니는 갑작스럽게 올 불행과 그로 인한 자녀들에게 미칠 걱정을 크게 덜고 안심하며 사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 현명한 처녀들이 곁에 두고 있었던 이 예비 기름이 바로 언제 오실지 모르는 죽음에 대한 준비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금 이 세상도 마음 편하게 살아가게 할 수 있는 든든한 보험인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이 귀찮아서 영원한 생명을 위한 보험을 들어놓지 않는 것입니다.

 

제 첫 기억이 할아버지, 할머니의 죽음이다보니 죽음에 대한 공포가 매우 컸었습니다. 결국 그 공포는 믿음으로 극복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죽어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신랑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가 지니고 있어야 하는 기름은 믿음입니다. 간당간당한 양이 아니라 여분까지 있는 확실한 믿음은 죽음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는 행복의 연료입니다.

그리고 이 연료는 그리스도께로부터만 흘러나오고 그래서 성당에서 가장 충만히 채워질 수 있습니다. 항상 성령으로 충만할 수 있도록 은총지위에 있으며 기도와 미사에 충실해야겠습니다.

 

 

<새롭게 하소서>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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