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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6일 연중 제32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06 조회수706 추천수13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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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 연중 제32주일-마태오 25장 1-13절


 

“그러자 처녀들이 모두 일어나 저마다 등을 챙기는데, 어리석은 처녀들이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우리 등이 꺼져 가니 너희 기름을 나누어 다오.’하고 청하였다.”

 

<사랑의 가장 큰 표현, 잘 준비하는 것>

 

 

    신학생 시절 설교학 교수님 말씀께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부디, 미리 미리 강론 준비 잘 하십시오. 혹시라도 강론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차라리 강론대에 서지 마십시오.”

 

    곰곰이 생각해보니 교수님 말씀 참으로 지당한 말씀입니다. 강론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을 때, 이것 저것 잡다하고 엉뚱한 말을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말실수도 하게 되고, 괜히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 싸잡아 야단치게 되고, 그러다보면 강론이 강론이 아니요 언어폭력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제로서 강론을 잘 준비한다는 것은 강론을 듣는 신자들에 대한 예의이자 교회와 하느님을 향한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도리입니다.

 

    비단 강론뿐이 아니라 미리 미리 잘 준비한다는 것은 서로 서로에 대한 예의이자 배려입니다. 한 가정의 어머니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데, 미리 생각하고, 미리 챙겨놓고, 미리 계획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성껏 밥상을 준비하는 것은 가족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이자 배려입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친구들과 떠들다가 식사시간 10분전에 도착해서, 찬밥에, 어제 먹다 남은 찌개에, 대충대충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가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지요.

 

    마찬가지로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학생들이 시험을 잘 준비하는 것은 선생님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도리요 예의, 배려, 존경심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총무부 직원이 회사 창립기념 행사를 정성껏 준비하는 것은 그 회사와 경영자를 위한 가장 큰 애정의 표현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이처럼 미리 미리 잘 준비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향한 가장 큰 사랑의 표현입니다.

 

    그런데 잘 준비하기 위해 갖춰야 할 한 가지 자세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깨어있음’입니다. 깨어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잠이 덜 깬 흐리멍텅한 얼굴이 아니라, 세상 다 산 것 같은 무기력한 표정이 아니라, 갓 낚아 올린 싱싱한 은갈치 눈동자처럼 살아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초롱초롱하고 맑은 정신으로 잘 준비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자세, 언제든 뛰어들 수 있는 적극성을 의미합니다.

 

    진정으로 깨어있다는 것, 이 세상에만 시선을 두지 않고 이 세상 너머의 또 다른 세상, 영적인 세상, 하느님 나라를 꿈꾸며, 지속적으로 하느님의 얼굴을 찾음을 의미합니다.

 

    진정으로 깨어있다는 것은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나를 이 세상에 보내셨으며, 나를 끔찍이도 사랑하시는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 자신에 대한 사랑, 하느님의 모상인 이웃들에 대한 사랑...

 

    우리 영혼은 성찰이 부족하면 쇠락되기 마련입니다. 오늘의 나에 결코 만족하지 말고 부단히 나를 돌아보고, 나를 갈고 닦으며, 이웃을 살펴보고, 세상을 직시하면서 하느님의 뜻을 찾아나가는 노력이야말로 깨어있음의 중요한 표현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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