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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묵상 - 홍역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07 조회수541 추천수1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홍역
                                    이순의
 
 
 
 
 

 
 
산골에서 내려 올 적에 산골의 은행나무에는
잎새가 거의 달려있지 못했다.
강타한 냉기를 이기지 못해
딱 이틀만
딱 이틀만 노랗게 색칠을 해 주신 성당 마당의 은행나무는
아쉬움을 가득 담아 줄기만 채워서
산을 내려 왔다.
 
 
 
 
 

 
그런데
아직 서울 집 마당의 은행나무는 노랗지도 않고
푸른 초록이 왕성한 혈기를 자랑하고 있다.
푸른 잎사귀 달린 줄기의 위용은
겨울잠에 든 줄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그 무성한 잎새 사이로 팔을 뻣은 햇살과
자전거를 타고 성당에 가는 수산나!
<오랜만이예요. 수산나!> 라고 인사할 겨를도 없이
훽 지나가고
아니지요.
지나간지도 몰랐는데
사진작업을 해 보니 수산나가 지나갔다.
수산나는
저렇게 고운 가을빛깔 사이로
주님을 만나러 갔다.
 
 
 
 
 

 
 
아!
또 만났다.
<형니임~!>
뒤따라가며 찍고
인사하고 또 찍고!
가을색 버버리코트도 멋지고!
만나서 반가운 오랜만의 인사와 덕담이 더 멋져서
상을 차렸더라면 상다리가 부러질 지경일 만큼 거나한!
가을에 산에서 내려 온 도시의  본당은 늘 쑥스러운데.......
<아이고! 형님, 고마워요.>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고
수 일 간에 초록 은행잎은 노랗게 노랗게 물들고
그 은행잎은 또 보도블럭 위에 수북히 카펫을 깔았다.
푹신한 가을을 걸으며
산골에서 놓쳐버린 가을을 보고있다.
 
 
 
 
 
 
 
 
 
 
그런데 이렇게 고운 가을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무슨?
지구의 반대편으로 여행을 다녀온 것도 아닌데
긴 비행기를 타고 온 것처럼 멀미를 하고
속이 울렁거리며
밤잠까지 설치고
마치 시차적응을 못하는 여행객마냥 힘들어하고 있다.
매년 그러하긴 한데
좀 안하고 넘어가면 안되는지?
산골에서 내려온 년중 행사인냥
올 해도
홍역을 치르느라고
아직도 가져온 짐을 다 풀지 못하고
다 정리하지 못하고
.
.
.
.
에구!
끙!
앓고있다.
그만큼 과도한 중압감 속에서 빠져나온 이유라는 걸 알고 있다.
 
 
 
 
 
 
 
 
 

 
 
치과 치료도 해야하고
어떤 처 죽이고 싶은 놈하고 밭에서 싸우다가 그놈이 꺾어버린 손가락에
침도 좀 맞아야 하고
고생한 어혈을 풀러 호수가에 운동도 좀 다녀야 하고
아직도 청소며 빨래며 반 년을 비운 집안 일이 산더미인데
시차적응을 못해 잠은 설치지
속은 아직도 멀미 중이지
그래도 미사에 다녀 오는 길에 눈처럼 흩날리는 은행잎은 좋다.
그 은행잎 날리는 풍경이 좋아서
무거운 카메라 짊어지고 성당에 다녀 온다.
진짜 멋지다.
자연이 꾸며주는 풍경!
창조 주님의 솜씨!
감동이다.
 
 
 
 
 
 

 
 
저 노랑 은행잎자리에 하얀 눈이 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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