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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원하지 않아도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07 조회수596 추천수8 반대(0) 신고

 

                  

                                   원하지 않아도


                     “남을 죄짓게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그러한 일을 저지르는 자!”

           

          요즘 젊은이들이나 세례 받은 지 오래되지 않은 분들은 모르겠지만

          세례 받은 지 오래 된 나이 드신 분들에게 고백성사를 드리면

          죄 고백을 다 한 뒤 꼭 이런 성찰 기도를 합니다.

          “이 밖에 나 성찰치 못한 죄와

          남이 나로 인해 지은 죄 있을 터이니

          신부는 도무지 저를 벌하고 사하소서.”

           

          실상 나의 많은 죄는 그로 인한 죄이고

          그의 많은 죄는 나로 인한 죄입니다.

           

          인간은 하나 같이 불완전하니

          그가 의도하지 않았어도

          불완전한 그 때문에 불완전한 내가 죄를 짓고

          내가 의도하지 않았어도

          불완전한 나 때문에 불완전한 그가 죄를 짓습니다.

          그래서 주님도 남을 죄짓게 하는 일이 없을 수 없다 하십니다.

           

          그러나 다음 말씀은 이해가 잘 가지 않고 표현이 너무 심합니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그러한 일을 저지르는 자!”

          남을 죄짓지 않게 할 수 없다 하시면서

          남을 죄짓게 하면 불행하다니 어쩌란 말입니까?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불행하다는 말입니까?

           

          이 말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남을 죄짓게 하지 말라는 경고의 뜻으로

          다소 강한 표현을 하신 것쯤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아니면 글자 그대로 죄짓게 하면 무조건 불행하다는 뜻입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나로 인해 남이 죄를 짓는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뜻으로 저에게는 읽힙니다.

           

          그래서 길을 걸을 때 우리는 방자하게 걸어서 안 될 것입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수없이 내 발에 생명들이 밟히자나요?

          말을 할 때 우리는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누구의 가슴에 비수를 꽂잖아요?

          입을 옷을 고를 때 제 만족만을 생각지 말아야 합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누구에게 열등감을 불러일으키잖아요?

          누구에게 말을 걸 때 제 편한 사람에게만 걸지 말아야 합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누구에게 소외감을 줄 수 있잖아요?

          밥을 먹을 때 과식하거나 남기지 말아야 합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남을 굶주리게 하잖아요?

          심지어 하느님께서 하신 일을 얘기할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하느님을 욕보이고 남을 기죽일 수 있잖아요?

           

          다른 생명, 다른 존재에 대해 깨어있고

          나의 행위, 나의 처신에 대해 깨어있음.

          의식이 깨어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

          무의식까지 이렇게 깨어있기를

          주님은 오늘 우리에게 촉구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남에 대해서는 늘 배려하고

          자신에 대해서는 늘 조심해서 처신을 하는 사람이기를 다짐하며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겨보는 고요한 아침입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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