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님의 말씀처럼 모든 일에 이런 마음으로 살면 바보 소리 듣습니다. 사람들은 바보 소리 듣기 싫어하는데 주님은 바보의 삶을 바라십니다. 바보는 늘 행복하기 때문일까요?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요구하지도 않고 남을 아프게하지도 않습니다. 그 어느 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감사하다고 보답하려고만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보입니다. 주님께서는 그렇게 사셨습니다. 사랑밖에 한 죄가 없는데 그분은 저렇게 아직도 십자가에 못 박혀 계십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늘어진 팔에 우리의 걱정을 걸어두라고 그러신 것 같습니다. 다 벗어버리면 새 옷을 입을 수 있다고 저렇게 맨 몸으로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내 마음이 조금 슬픕니다. 나만 일하는 것 같고 다른 사람은 게으름 피우는 것 같아 투덜거렸기 때문입니다. 주인의 밥상을 먼저 차려드리기보다 내가 먼저 먹어야 한다고 오만을 떨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만, 바보는 하고 싶지 않다고 고개를 쳐들었기 때문입니다. 십자가 위의 예수님을 다시 한 번 바라봅니다. 그분의 팔이 너무 아프실 것 같아 나의 손으로 지렛대를 만들어 드리고 싶어집니다. 내가 충실한 종이 되면 그분의 십자가가 조금은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에 있는 부활의 빛이 더 빨리 비추일 것 같습니다. 덩달아 내 마음도 조금씩 밝아집니다. 그래서 읊조립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정태연 수녀(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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