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17,7-10)
그렇게 할 수 있음이 보상입니다
서울교구 창5동성당에서 1일 피정이 있었습니다. 준비도 제대로 못하고 남 앞에 선다는 것이 늘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피정지도 한답시고 교만함이 커지고 있습니다. 더 많이 기도하고 희생하면서 마음을 움직이는 주님의 도구가 되어야 하는데 때때로 인기에 영합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생색내지 않고 “그저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고백할 날이 속히 왔으면 좋겠습니다.
평신도 봉사자들의 헌신적인 삶을 보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신부는 강사료도 받고 대우를 잘 받습니다. 그런데 봉사자들은 그야말로 대가도 없이 남을 열심히 챙깁니다. 때로는 온갖 정성을 다해도 서운한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합니다. 참가자들이 하느님의 충만한 은총 안에 머물기를 기도하고 자기의 희생을 바칠 뿐입니다. 그들은 피정을 마치고 그것으로 족합니다. 뽐내거나 자랑하지 않고 그저 도구로 쓰임 받았음을 감사합니다. 그들이 아무 보상을 바라지 않는 것은 이미 그렇게 할 수 있음이 보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노자30장에는 “일을 잘하는 사람은 일을 마치고 그것으로 그만이니, 일을 이루고서 뽐내거나 자랑하지 않는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일을 한 후에는 주님의 일을 할 수 있었음이 곧 은총이었다는 것을 기뻐해야 하겠습니다.
언젠가 ‘아름다운 손’이라는 제목으로 한 시민이 거액의 돈을 주워 경찰에 맡김으로써 주인이 잃은 돈을 찾을 수 있었다는 기사가 신문을 장식하였습니다. 순간적인 유혹도 있었겠지만 주인에게 돌려준 귀한 마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 마음 항상 지켜지길 희망합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도 당연한 일을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돈은 분명 내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은 마땅합니다. 그런데 너무도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보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17,10) 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교부 실루스는 “모든 일이 당신의 생각에 가장 좋은 방향으로 되기를 바라지 말고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대로 되기를 바라라. 그러면 혼란에서 벗어나 기도중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하고 말했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대로 하는 사람이 그리운 세상입니다. 여러분은 공을 이루고 물릴 줄 아는 사람,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고백할 수 있는 사람으로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참된 노고는 남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남의 눈에 띄는 노고는 허영심만 키울 뿐입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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