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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앞에서 주님의 종으로 - 11.8,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08 조회수690 추천수9 반대(0) 신고

2011.11.8 연중 제32주간 화요일 지혜2,23-3,9 루카17,7-10

 

 

 

주님 앞에서 주님의 종으로

 

크든 작든, 잘 낫든 못 낫든,

제 삶의 자리에서 주님의 종으로 살아 갈 때 행복합니다.

정말 힘든 나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오늘은 ‘주님의 종’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어제 밀린 수도원 일지를 정리할 때의 깨달음을 잊지 못합니다.

마치 수도원일지가

지난 하루하루가 떨어져 나가 쌓여진 잎들처럼 생각되었습니다.

‘아, 중년이후의 하루하루는 떨어져 나가는 잎들이구나.

날마다 욕심의 잎들 떨어져 나가 비워지면서 본질만 남은 삶이어야 하겠구나.

그대로 열매, 나뭇잎들 다 떠나보낸 배나무들처럼…’하며 묵상을 했습니다.

 

모두들 다 떠나보낸 수확이 끝난 배나무들을 보는 순간

저는 오늘 복음의 종이 떠올랐습니다.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흡사 배나무들의 고백처럼 생각되었습니다.

 

겸손, 진실, 가난, 순종 등 모든 말을 붙일 수 있겠습니다만

주님 앞에서의 삶의 자세를 뜻합니다.

이런 이들이 진정 자기를 아는 겸손하고 지혜로운 의인이요 성인입니다.

세상 곳곳에

묵묵히 주님의 종으로 살아가는 이런 이들이 있기에 유지되는 세상입니다.

우리의 정주 서원이 목표하는 바도 바로 이런 삶입니다.

진인사대천명,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빈 몸으로 하늘 은총을 기다리는 배나무들은 그대로 주님의 종을 닮았습니다.

 

하느님은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하십니다.

각자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주님의 종으로 주어진 일에 충실하면 됩니다.

어느 환경, 어느 자리에서든 이렇게 살아가는 이들이 성인입니다.

전혀 환경 탓, 자리 탓 할 수 없습니다.

요란할 것도, 화려할 것도, 들어날 것도 없는

말 그대로 숨겨진 삶, 거룩한 삶입니다.

 

이런 이들은 남을 탓하지도 원망하지도 않습니다.

불평이나 불만도 없고 칭찬이나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모든 문제는 나한테 있기에

다만 주님 앞에서 주님의 종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했느냐만

그의 유일한 관심사입니다.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이렇게 주님 앞에서 무욕의 삶을 살 때,

저절로 내적 치유요 진정 자기로부터 해방의 자유입니다.

복잡하고 혼란했던 내면의 문제들이 저절로 해소, 해결되고,

삶은 점점 단순해지고 자연스러워집니다.

이런 이들이 바로 지혜서가 말하는 의인입니다.

 

‘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의 손안에 있어 어떠한 고통도 겪지 않는다.’

늘 하느님의 보호 아래 있는 주님의 종들입니다.

‘사람들이 보기에 의인들이 벌을 받는 것 같지만

그들은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바로 이게 주님의 종들이 지닌 내면의 비밀입니다.

가난한 것 같으나

실상 불사의 희망으로 내적 충만한 부자들이 주님의 종들입니다.

‘주님을 신뢰하는 이들은 진리를 깨닫고

그분을 믿는 이들은 그분과 함께 살아간다.’

 

주님을 신뢰함으로 진리를 깨달아 자유롭게 된,

또 그분 사랑 속에 살아가는 행복한 의인들인 주님의 종들입니다.

주님의 은총과 자비가 거룩한 주님의 종들에게 주어집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우리 모두 주님 앞에 주님의 종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며 살아왔는지

셈 바치는 시간입니다.

 

“주님, 당신 얼굴을 당신 종위에 비추시고 당신 자애로 저를 구하소서

(시편31,17).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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