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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9일 수요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09 조회수845 추천수14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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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수요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요한 2,13-22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교회=비틀거리는 공동체>

 

 

    요즘 저희 수도회에서 자주 강조되고 있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통합’, ‘조화’ 같은 단어들입니다. 영혼과 육신의 통합, 지적 능력과 영적 능력의 통합, 정신과 물질의 조화, 기도와 활동의 조화, 신앙과 삶의 조화...

 

    오늘 날 우리 시대가 만들어낸 참으로 불행한 인물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외적으로 드러나는 것만 중요시합니다. 그들의 삶 안에는 빼어난 외모만 있습니다. 조각 같은 육체만 있습니다. 탁월한 지적 능력만 있습니다.

 

    그러나 내면은 너무나 부실합니다. 맑은 영혼은 사라진지 오랩니다. 올곧은 정신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자비심, 배려심, 측은지심, 양보, 희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습니다. 조화와 통합이 결여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외모는 왕자요 공주 같지만 알맹이가 쏙 빠졌기에 허깨비 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조화요 통합의 삶입니다.

 

    과대망상이란 증세가 있습니다. 이 증세는 자신의 지위, 재산, 능력, 용모, 혈통 등을 과장하고 그것을 사실로 믿는 증상입니다. 예를 들어 전혀 아닌데 자신이 너무 잘생겼다고 믿는 증세입니다. 혹은 자신이 탁월한 영적 능력, 투시 능력, 예언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 증세입니다. 이런 사람은 사이비 교주가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요즘 이러한 증세의 대표 인물이 한 분 계십니다. 누구라고 직접 거명하지 않아도 잘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반대의 증세가 있습니다. 자기혐오 혹은 자기비하증, 자기 자신을 너무 낮게 평가하는 증세입니다. 자신의 강점, 경쟁력, 긍정적인 측면은 완전히 뒷전이고, 오로지 자신의 약점, 부적절함, 한계, 어두움, 취약점에만 매달리는, 그래서 자신을 괴롭히며 우울하게 살아가는 스타일입니다. 인생이 정말 괴롭습니다.

 

    가톨릭교회 안에서 자기낮춤과 겸손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덕입니다. 그러나 지나친 자기 비하나 자기혐오와는 엄연히 구별됩니다.

 

    우리는 부족하지만 하느님 안에 머무름으로 인해 완전해집니다.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참으로 큰 죄인이지만 교회 안의 성사로 인해 거룩해집니다. 우리는 정녕 아무것도 아니지만 하느님 사랑으로 인해 가치 있고 소중한 존재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오늘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을 맞아 ‘교회’의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진정한 교회는 과연 무엇을 의미합니까?

 

    순교자 로메로 대주교님은 “여러분 각자가 교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를 ‘친교의 공동체’로 규정했습니다. 헨리 나우웬 신부님께서는 “모자라고 나약한 인간들로 이루어진 비틀거리는 공동체(community of struggling), 그러나 그 안에서 주님을 만나게 되는 장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살아있는 예수님의 말씀이 선포되는 곳, 예수님의 몸과 피가 나눠지는 곳, 예수님의 정신과 영성이 실현되는 바로 그곳이 교회입니다. 결국 매일 예수님 말씀이 육화되고 살아계신 예수님의 몸인 성체가 영해지는 곳, 우리 각자가 성전입니다.

 

    인간, 참으로 불완전하고 망가지기 쉬운 흙부스러기 같은 존재이지만 뜨거운 하느님 사랑으로 인해 성화의 길로 나아가며 하느님의 지체, 곧 성교회의 일원이 됩니다.

 

    인간, 때로 갖은 죄와 과오로 시궁창처럼 더럽혀지고 방황을 거듭하지만 하느님 자비의 손길에 힘입어 순결한 교회로 거듭납니다.

 

    인간, 너무나 유한하고 나약한 상처투성이뿐인 존재이지만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섬으로 인해 아름다운 교회로 건설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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