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가해 연중 32주간 수요일 - 내 안에 너 없다면!
40년 동안 종교생활을 하면서도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생활 속에서 신앙의 감격이 없이 답답하게 살아온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마침내 그녀는 수녀원에 들어가서 엄한 계율과 의무에 열중했지만 차가움과 마음의 공허는 여전하였습니다.
어느 날 수녀원 복도를 걸어가다가 우리 주님께서 빌라도의 뜰에서 채찍에 맞으시는 그림을 보았습니다. 수백 번 더 본 그림이었으나 그날 그 순간만은 전혀 새로운 감명으로 마음에 와 부딪히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여기서 비로소 자신을 위해 고난 받으시는 사랑의 주님을 만난 것입니다. 그녀의 눈에서는 하염없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 여인의 가슴에는 사랑의 파도가 물결처럼 흘렀습니다. 한참 후에 그 여인은 일어섰습니다.
비로소 마음의 공허함이 사라진 것을 느낍니다. 참 사랑이 그 마음 안에 들어오셨기 때문입니다. 이 여인은 주님의 가슴으로 남이 돌보지 않는, 남이 가지 않는 곳을 찾아서 장애자, 가난한 자, 고아, 과부, 버림받은 자, 문둥병자를 돌보며 상한 마음을 싸매어 주는 사랑의 위로자요 평화의 사도가 되었습니다. 이 분이 바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마더 데레사’입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 신앙생활을 하더라도 실제로는 예수님을 한 번도 온전히 받아들여본 적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제나 수도자가 되어서 항상 성당에서 살아도 외롭고 공허할 수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성당에 들어와도 그리스도를 만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하느님이 사시는 집에서 하느님을 만날 수 없게 만드는 모든 것들이 정화의 대상입니다. 내 자아를 비롯해 예수님만을 사랑하는 것에서 우리 자신의 정신을 혼란시키는 것들은 모두 채찍으로 쳐서 내쫓아야 하는 것입니다.
어떤 드라마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내 안에 너 있다.”라고 했던 대사가 떠오릅니다. 이별을 했을 때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공허함을 경험해 보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 공허함은 사랑하는 사람이 가슴에서 빠져나갔기 때문에 생기는 누구로도 채울 수 없는 빈 공간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공간이 사람이나 세상 것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자녀들도 생기고 아무 걱정도 없어도 마음의 공허함을 느낄 때가 많아지는 것입니다.
세상 것들로 내 성전을 채우려 했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사실 그런 것들도 정화해야 합니다. 성전에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더라도 성체가 모셔져 있지 않으면 더 이상 성전이 아닙니다. 그저 텅 빈 공허한 공간일 뿐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안에 아버지께서 계시고 또 아버지 안에 당신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이 사랑입니다. 그러나 우리 안이 자신으로 가득 차 있다면 그 분 안으로 들어갈 수도 그 분을 맞아들일 수도 없어 외롭고 공허해지는 것입니다.
저의 교수신부님이 첫영성체 준비하는 아이에게 하느님이 무엇과 같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 아이는 “마치 공기와 같아요.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를 감싸주시고 우리가 그 안에서만 살 수 있으며, 동시에 우리 안에도 사시며 우리를 살게 하시죠.”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어떤 신학자도 하느님을 이렇게 잘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성당에 들어갈 때는 그리스도 안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성당은 하느님나라와 그리스도 자신을 상징합니다. 오늘 에제키엘 47장의 독서에서처럼 예수님의 옆구리인 성전 오른 편에서는 계속 생명수가 흘러내립니다. 그 물을 계속 마시지 않으면 우리 속은 사막이 되어 갈증만 남게 됩니다. 그러나 성전 안에서, 즉 그리스도 안에서 그 분이 주시는 ‘사랑, 곧 성령님’을 모시면 우리 안에 그리스도께서 잉태되시게 됩니다.
성모님께서 당신 안에 그리스도를 잉태하게 되신 이유는, 반대로 그 분께서 이미 그리스도 안에 사시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교황님께서 천 년 동안이나 사셨던 라떼란 대성전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 성전을 드나드는 모든 이가 그리스도를 만나고 영접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직 성모님처럼 모든 하느님의 뜻에 Amen 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겸손하고 깨끗해야만 내 안의 성전에 그리스도를 잉태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에 들어오는 우리들을 보며, ‘내 안에 너 있다.’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우리도 성전 밖을 나설 때 이렇게 되뇝니다. ‘제 안에 당신이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