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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수의 강 - 11.09.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09 조회수462 추천수6 반대(0) 신고

2011.11.9 수요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에제47,1-2.8-9.12 요한2,13-22

 

 

 

생명수의 강

 

오늘은 ‘강’과 ‘길’과 ‘집’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강길집’ 흡사 사람 이름 같아 슬며시 웃음이 나왔습니다.

강변엔 으레 길이 있고 물길의 강변 따라 길을 걷다 보면

누구나 시인이 됩니다.

 

강과 길은 인류와 더불어 시작됩니다.

사람의 DNA에 깊이 각인된 강과 길의 형상입니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 역시 모두 강에서 시작되었고,

이집트 사막에서의 수도생활 역시 나일강을 주변으로 발전했으며,

시골 마을 역시 한복판에 흐르는 시내를 중심으로 발전했습니다.

 

생명의 강, 소통의 길 뒤, 산 배경에 자리 잡고 있는 집들입니다.

구상 시인 역시 말년에는 낙동강을 바라보는 집이라 하여

‘관수재(觀水齊)’라 당호를 짓고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보며

많은 시를 지었고 그 강물에 자주 마음을 씻었다 합니다.

 

어른들의 동시라 일컫는 소월의 ‘엄마야 누나야’도

누구나의 마음 깊이 내재한 소망을 압축적으로 표현합니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우리 수도원의 모습과도 흡사한 강변 집입니다.

앞뜰은 반짝이는 강변 금모래 밭에 열려있고

뒷문 밖 갈잎의 노래에 열려있는 강변 집처럼,

여기 수도원 역시

앞문은 물길의 강을 연상케 하는 마사토 환한 길로 세상에 열려 있고,

불암산 쪽 뒷문은

수도승들의 찬미 노래로 하느님께 활짝 열려있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흐르는 생명의 강변 곁에 자리 잡은

하느님의 집인 수도원이요 교회입니다.

매일 끊임없이 계속되는 성무일도와 미사의 공동전례기도가

상징하는바 바로 하느님의 강, 생명의 강입니다.

 

에덴동산에서 흘러 내렸던 생명의 강이

에제키엘의 환시를 통해 다시 재현되고

마침내 교회를 통해 완전히 실현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성전인 교회를 통해 끊임없이 세상으로 흘러가는

생명의 강입니다.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

성전을 정화하신 후 하신 주님의 다음 말씀이 의미심장합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마흔 여섯 해에 걸쳐 세운 성전을

사흘 만에 세우겠다는 말에 의아해 하는 이들에게

복음사가는 ‘그분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라고 친절히 설명해 줍니다.

 

보이는 성전 넘어

그리스도의 몸인 성전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미사은총입니다.

 

매일 끊임없이 온 세상을 향해 흘러가는

생명의 강, 은총의 강을 상징하는 교회의 공동전례기도입니다.

“이 물이 닿은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에제47,9).

 

은총의 강물이 닿는 곳마다

죽음은 생명으로, 절망은 희망으로, 어둠은 빛으로 변하는 세상이요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이어 계속되는

에제키엘 예언자의 비전이 생명과 빛으로 가득하여 퍽이나 고무적입니다.

“이 강가 이쪽저쪽에는 온갖 과일나무가 자라는데,

잎도 시들지 않으며 과일도 끊이지 않고 다달이 새 과일을 내놓는다.

이 물이 성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 과일은 양식이 되고 잎은 약이 된다.”(에제47,12).

 

온갖 과일나무가 상징하는바

생명의 강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믿음의 사람들이요

이들이 받는 은혜가 얼마나 풍부한지 깨닫게 됩니다.

 

바로 에제키엘의 환시를 그대로 이어 받은 묵시록의 요한이요,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 그 환시가 온전히 실현됨을 봅니다.

“그 천사는 또 수정처럼 빛나는 생명수의 강을 나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 강은 하느님과 어린양의 어좌에서 나와

도성의 거리 한가운데를 흐르고 있었습니다.

강 이쪽저쪽에는 열두 번 열매를 맺는 생명나무가 있어서

다달이 열매를 내놓습니다.”(묵시22.1-2)

 

그대로 생명수의 강은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흘러가는 하느님 미사은총의 강을 가리킵니다.

‘다달이’가 아닌 ‘매일’ 생명나무 주님의 십자나무에서 말씀과 성체의

약이자 음식을 얻어먹음으로 치유되고 원기를 회복하는 우리들입니다.

 

주님은 생명수의 강 미사 은총으로 당신의 성전인 우리를 정화시켜 주시어

당신 생명수의 강으로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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