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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왜 나를 버리셨나이까?"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10 조회수825 추천수12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1년 가해 연중 32주간 목요일 - “왜 나를 버리셨나이까?”

 


 

제가 신학교 처음 들어가서는 제 안에 그리스도께서 함께 계심을 확신하며 살았습니다. 특히 성경 묵상을 할 때 더욱 확신이 들었는데, 그 이유는 제 이성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을 성령의 비추임으로 깨달아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가슴이 저며 오는 알 수 없는 고통에 휩싸였습니다. 마치 연인과 헤어졌을 때의 고통과 비슷하였습니다. 아니 그것보다 더 해서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괜찮겠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몇 달이 지속 되었는지 몇 년이 지속되었는지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매우 길게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심장이 조여 오는 그 불안감은 설명할 수도 없는 것이라 누구와 쉽게 상의할 수도 없었습니다. 성체조배를 하면 그 때는 좀 괜찮았지만 밖으로 나오면 곧바로 그런 불안감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이런 고통이 ‘내 안에 예수님이 계시지 않는다.’는 불안감에서 오는 것 같았습니다.

이성으로 아무리 묵상을 하고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신다고 믿으려 해도 되지가 않았습니다. 더 고통스러웠던 것은 어떤 노력도 이 불안감을 해소시켜주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이 불안감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사실 그리스도께서는 내 안에 항상 함께 계셨다.’는 사실을 더 믿게 되었을 뿐 특별한 것이 없었고, 그 이후로는 그리스도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는 믿음이 깨져본 일이 없습니다. 또 단 한 번도 그런 불안감을 가져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가을도 타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믿음이 한 단계 증가하기 위한 성장통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성녀 파우스티나의 일기를 읽다보니 그 분도 이와 비슷한 고통을 겪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리스도를 환시로 보고 대화도 나누던 성녀의 마음에 갑자기 그리스도께서 자신과 함께 계시기에 자신이 너무 부당하게 여겨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 자신과 함께 하실 수 없다는 생각이 자신의 온 정신을 지배하게 되었고, 그분께서 자신을 버리셨다고 믿게 된 것입니다.

그 고통은 너무도 커서 성체도 영하고 싶지 않았고, 입에서는 나쁜 말들이 나오려고 했으며 기도와 희생과 수녀로서 사는 것까지도 모두 부질없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도 속에서 그런 버림받음조차도 주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주님의 자비를 찬미했을 때 예수님께서 나타나셨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항상 너의 마음 안에 있다.”

그리고는 상상할 수 없는 기쁨과 사랑이 마음을 가득 채웠고 주님의 자비에 항상 감사드리며 다시는 버림받는다는 생각은 갖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런 ‘어둔 밤’을 주시는 이유는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증가시키기 위한 것일 것입니다.

예수님도 십자가상에서 아버지로부터 버림받는 상실의 아픔을 겪으셨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왜 저를 버리셨나이까?”

그러나 끝까지 믿고 순종하시고 아버지의 자비에 모든 것을 거셨기에 부활의 영광을 받으셨습니다.

또한 마더 데레사에게는 이 어둔 밤이 30년 넘게 지속되었는데 그 분께 대한 신뢰 속에서 끝까지 그분께서 함께 하신다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하느님과의 단절을 경험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그 분을 찾아나서는 것이 아니라, 믿고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하느님이나 하느님나라는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 있는 것이기에, 밖에서 찾으려하면 오히려 시간만 더 낭비할 뿐입니다.

 

캘리포니아 남쪽에 '산주안 카피스트라노'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은 관광지인데 비둘기와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서 그야말로 원색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지역입니다. 그곳에서 비둘기를 잡으려면 가만히 서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팔을 내밀고 손바닥을 폅니다. 그리고 날아다니는 비둘기를 가만히 보면서 5분, 10분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게 조용히 기다리고 있으면 날아다니던 비둘기가 손바닥에 와서 조용히 내려앉습니다. 그때 살그머니 잡으면 쉽게 잡힙니다.

 

예수님께서 세례 받으실 때 성령님께서 그 분 위에 살포시 내려앉으셨습니다. 하늘나라는 아버지께서 주시는 것이지 사람이 찾아나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내 마음 안에 계시는 분이라 움직이면 오히려 그 분이 자리 잡기가 더 힘들어집니다. 우리는 그저 주님의 자비에 의지하여 매일매일 믿음을 증가시키는 노력만 하고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기다리면 됩니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내 마음 안에 하느님 나라가 나무처럼 커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또 ‘보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 하고 사람들이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Pie Jesu (자비로운 예수)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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