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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에 대한 짧은 생각] 20111110
작성자김용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10 조회수320 추천수0 반대(0) 신고

2011년 11월 10일 성 대 레오 교황 학자 기념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7,20-25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에게서 하느님의 나라가 언제 오느냐는 질문을 받으시고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또 ‘보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 하고 사람들이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날을 하루라도 보려고 갈망할 때가 오겠지만 보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이 너희에게 ‘보라, 저기에 계시다.’, 또는 ‘보라, 여기에 계시다.’ 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나서지도 말고 따라가지도 마라. 번개가 치면 하늘 이쪽 끝에서 하늘 저쪽 끝까지 비추는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자기의 날에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먼저 많은 고난을 겪고 이 세대에게 배척을 받아야 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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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에게 눈에 보이는 세상에 살면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세상 이치와는 맞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불가능한 것에 대해 자주 고민을 합니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늘 증명하라는 요구를 받게 되고 또 스스로도 하느님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는 불안한 마음과 그래서 보고 싶다는 마음도 항상 생각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에 대한 고민들은 하느님 나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와 전혀 다른 분이시므로 본다는 의미 자체가 다르다 하더라도 하느님 나라는 우리가 가야 할 곳이기에 궁금해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 역시도 우리가 이 세상에서 죽거나 하느님께서 우리를 찾으실 날이 오시지 않는다면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라 생각하기에 여전히 체험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누구도 하느님 나라에 대해 말 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곳인지도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곤 합니다. 그래서 이 말씀도 그런 뜻이겠거니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또 ‘보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 하고 사람들이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나라에 대해 너무나 갑작스런 말씀을 하십니다.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보이지 않는, 볼 수 없는 하느님 나라, 접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하느님 나라가 갑자기 선포되는 순간입니다. 너무나 짧게 선언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하느님 나라는 모르는 것으로 여기고, 볼 수 없는 것으로 여기고 복음을 읽어내려가기 쉽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분명 당신이 계신 지금이 하느님 나라임을 선언하셨습니다.

만일 예수님의 이 말씀을 유심히 들은 이가 있다면 분명 우리 주변을 둘러보았을 것입니다. 불가능한 세상이 지금 우리 안에 있다니 말입니다. 우리 주변의 상황과 내가 서 있는 자리가 하느님 나라가 있는 곳이라는 것이 도무지 어떤 뜻인지 알 수 없습니다.

항상 하느님 나라는 그리는 것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좋고 화려하고 거룩하고 엄숙함으로 상상하고 거룩한 성인들과 천사들과 함께 거니는 구름 위와 같은 희미하고 아늑한 꿈 속과 같은 나라였는데, 예수님은 우리의 생각을 여지 없이 무너뜨리십니다.


이천 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이 말씀에서 확실한 것은 "너희 가운데" 자리하는 것이 단 하나만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복음의 상황을 살피며 확실한 것은 이 말씀이 선포된 순간 하느님과 관련된 가장 확실한 것은 예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를 확인할 방법 또한 예수님의 모습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말씀을 듣고 이천 년 전 이스라엘이 바로 하느님 나라와 같다고 말한다면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예수님이 하신 말씀은 분명 하느님 나라의 모습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그 속에서 펼쳐지는 예수님의 말씀 속에서 하느님 나라를 확인해야 하고, 또한 예수님의 모습에서 하느님 나라의 사람의 삶을 살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초점은 하느님 나라가 어떻게 생겼는지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또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사람에게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이 모든 것을 예수님을 통해 배워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 나라에 대해 꿈 속을 헤매듯 이야기하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듯 이야기하려는 우리의 시도에 대해 이미 경고하신 것으로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하느님의 나라에 대해 전혀 모르는 듯 말하는 영원한 생명의 나라에 대한 생각들이 출발점부터 틀렸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습니다.


이천 년 전 이미 하느님 나라는 우리 안에 있었고, 실제로 우리에게 보여졌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하느님 나라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안에 있다는 말씀이 선포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눈에 예수님은 세상을 하느님 나라로 만드신 상태가 아니셨습니다. 당신 홀로 하느님 나라에 대해 전하고 가르치시며 증언하시고 사셨던 채로 우리 앞에 드러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거부로 하느님의 나라는 십자가에 달려 죽음으로 내몰리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날을 하루라도 보려고 갈망할 때가 오겠지만 보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하느님 나라는 그 예수님이 사셨던 삶을 이룬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곳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희망과 노력이 있었을 뿐 제자들 앞에 예수님을 제외하곤 그 일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전혀 다른 하느님 나라를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리고 전혀 다른 하느님을 이야기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나라를 다스리시는 하느님은 예수님이 보여주신 하느님이 아니셨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들의 말에 이리로 저리로 휩쓸립니다.


"사람들이 너희에게 ‘보라, 저기에 계시다.’, 또는 ‘보라, 여기에 계시다.’ 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나서지도 말고 따라가지도 마라. 번개가 치면 하늘 이쪽 끝에서 하늘 저쪽 끝까지 비추는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자기의 날에 그러할 것이다."


예수님의 탄생과 삶이 그러했듯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가 오는 날이 우리가 생각하는 식으로 이리로 저리로가 아니라 온 세상에 하느님의 뜻이 드러날 날이 되리라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느님을 어느 한 곳, 어느 한 사건에 두고 현혹되어 왔지만 정작 우리 안에 오신 하느님을 버렸습니다.


그러나 그는 먼저 많은 고난을 겪고 이 세대에게 배척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세운 십자가, 그 십자가를 본 모든 이가, 그리고 그 십자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모든 이들이 그 십자가의 주인공이 다시 살아난 부활의 이야기를 통해 하느님의 진실을 알게 됩니다. 하느님 나라는 그렇게 소리 없이 우리 안에 살았고, 그리고 우리 모두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부활의 사건을 통해 모두가 아는 영원한 생명의 모습과 그 생명의 주인공의 진리의 삶으로 우리에게 선포되었습니다.


언제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을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이제 그 나라에 대해 모른다고 말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그 나라에 들어갈 방법을 모른다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그 나라는 이미 우리 안에 있었고, 우리는 그 나라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나라에 들어서기 위해 그 곳의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이리로 저리로 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아서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맞는지도 다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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