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진묵상 - 아들의 정원 | |||
---|---|---|---|---|
작성자이순의 | 작성일2011-11-10 | 조회수437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사진묵상 - 아들의 정원 이순의
어제 밤
자정이 가까운 시각!
마지막으로 쓰레기통과 빗자루랑 쓰레받이를 닦았다.
그리고 창가에 가지런히 놓았다.
아침 햇살은 연하고 부드럽게 블라인드에 투사되었다.
그 빛에 반사되어 더욱 사랑스럽고 예쁜 발!
아침은 먹이고 싶은 모성!
서둘러 김치국을 끓였다.
군대 제대 후로는 복학생 체면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나이 박력을
애궂은 와이셔츠 카라에 빡세게 힘을 주더니
군대서 주부습진 생긴놈이 제 방하나 쯤이야 라고
큰소리까지 뻥!
벌써 시큰둥 해졌을까?!
봄에 닦아 주고 간 흔적들 중에서
잘 했다 싶은 손길도 있고
에구 이런 부분은 전문가의 솜씨가 필요했나보다 싶은 부분도 있다.
엄마니까!
저렇게 커다란 발이 내가 낳아놓은 은총덩어리이니까!
자취생 소찬에 김치국을 끓여 상을 차렸다.
오랜만에
너무 오랜만에
아들이 먹을 국 끓이는 어미의 마음은
하늘을 나는 저 헬리콥타의 날개를 자식의 어깨죽지에 달았다.
이미 나침반이 되어
아들의 인생길에 좋은 길만 고르고 골라서
고르고 골라서
맑은 하늘 가운데서 훨훨훨 날게 하고 있다.
그런데.......
장성한 자식 앞에 서면
어미는
침묵을 배운다.
침묵을 먼저 배우는 대신에
향기를
아들이 남자로 변하는 향기를 맡는다.
손을 보아도 조막손이 아니고
발을 보아도 조막발이 아니고
에미 품에 폭 안기던 솜털같이 보드란 아기가 아니다.
너른 가슴으로
서리내린 에미의 머리통을 끌어 안아버리는!
<아이고 울 엄마 오셨시유? 고생 많이 했시유!>
아들은
여름 냄새가 짙어진 산천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조목조목
하나하나
되짚어서 가르치지 않아도 되는!
행함이 실수가 되더라도
거뜬히 일어설 수 있는!
자생력 강한 장정이 되어있다.
아들의 자취방!
아들의 정원을 쓸고 닦고 가꾸고 돌아와
혼자
감정이 요동을 친다.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고요한 중에 기다리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