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1월 11일 금요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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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11-11 | 조회수642 | 추천수14 | 반대(0) 신고 |
11월 11일 금요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루카 17,26-37
“그날에 사람의 아들이 나타날 것이다.”
<왕사고뭉치>
어린 시절 저는 왕사고 뭉치였습니다. 요즘도 가끔씩 가족들이 모이면 제가 저질렀던 일들을 재미 삼아 돌이키며 저를 놀리곤 합니다. 꼬마 때부터 저는 위험한 짓만 골라서 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 그래서 깜짝 놀란 부모님으로부터 호되게 혼도 많이 났습니다.
한번은 제가 장독들이 줄줄이 놓여있는 장독대에서 사고를 쳤었지요. 호기심이 많았던 저는 이 장독 저 장독 무엇이 들었나 장독뚜껑을 열고 고개를 집어넣어 일일이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유난히 목(입구)이 좁은 한 장독 앞에선 저는 몹시 망설였습니다. 다른 장독들은 입구가 넓어서 고개를 집어넣는데 별 문제가 없었는데, 그 장독만은 입구가 유난히 좁아 머리가 잘 안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집어넣고 보자며 겨우 겨우 머리를 우겨 넣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무리 용을 쓰고 발버둥을 쳐도 한번 들어간 머리는 다시 나오지를 않는 것입니다. 갑자기 답답하고 무서워진 저는 있는 힘을 다해 SOS를 쳤습니다.
제가 살려달라고 외치느라 기진맥진해진 한참 후에야 가족들은 저를 발견했습니다. 깜짝 놀라 달려오신 아버지는 식구들과 합심해서 제 머리를 빼내려고 했지만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아버지께서는 망치로 조심스럽게 장독을 조금씩 깨트려서 저를 구해주셨습니다. 물론 안에 들어있던 간장도 다 버리게 되었고 멀쩡한 장독을 없애버린 대가로 저는 눈물이 쪽 빠질 정도로 야단을 맞았습니다. 정신이 바짝 들 정도로 회초리도 맞았습니다. 그리고 반성문을 열 장이나 쓰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진정으로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라면 아이들을 어떻게 대합니까? 아이를 위해 헌신합니다. 아이를 위해 인내합니다. 아이를 칭찬합니다. 따뜻한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선물합니다.
그러나 때로 진정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라면 아이가 위험한 짓을 할 때, 아이가 그릇된 길을 갈 때, 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 남의 물건을 훔칠 때, 타락의 길을 걸을 때, 다시 말해서 죽음의 길을 걸어갈 때 절대로 방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부모라면 아이가 아파트 베란다 근처에 어른거리지 못하도록 혼을 낼 것입니다. 아이가 뜨거운 국 냄비에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회초리도 들것입니다. 아이가 개념 없이 빨간 신호등에 건너간다면 호되게 야단도 칠 것입니다.
상습적인 마약복용으로 제정신이 아닌 아들을 보다 못한 아버지가 직접 아들을 신고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 아버지는 아들이 미워서, 아들이 싫어서, 아들을 고생시키려고 아들을 신고한 것이 절대로 아닐 것입니다. 오직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아들을 죽음으로부터 구해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신고를 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종말에 벌어질 무서운 광경을 미리 말씀하고 계십니다. 참으로 무서운 광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싹 쓸어갈 대홍수, 하늘로부터 내리 쏟아지는 불과 유황,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그 와중에 누구는 하느님 나라로 올라가며 기뻐 뛰노는가 하면 누구는 가슴을 치며 통곡하면서 "살려 달라"고 외치는 아비규환의 현장을 묘사하고 계십니다.
우리 인간을 향한 한없는 자비와 사랑을 지닌 예수님께서 어찌 이리도 험악한 말씀을 하시나 의아해 할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어찌 그리도 무섭고 강경한 표현을 쓰시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예수님의 강경한 경고 그 이면에는 우리를 향한 한없는 사랑과 연민이 마음이 담겨져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진정으로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라면 아이가 죽음의 길을 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그 길을 가로막고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위협도 하고 거짓말로 하고 과장된 말도 하고, 그것으로도 안 된다면 매를 들어서라도 막을 것입니다.
우리의 배신과 타락을 안타까워하시며 어떻게 해서든 죽음으로 향하는 우리의 길을 되돌리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이 오늘 다시 한 번 우리의 회개를 촉구하시기 위해 그토록 강경한 어조로 경고하시는 것입니다.
결국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그분이 어떠한 시련을 주시든, 어떠한 고통과 십자가를 주시든 그 모든 하느님의 행위 그 이면에는 우리를 향한 극진한 사랑, 강력한 구원의지가 자리 잡고 있음을 기억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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