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11월14일 야곱의 우물- 루카18,35-43 묵상/ 서열 의식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14 조회수407 추천수3 반대(0) 신고
서열 의식

35예수님께서 예리코에 가까이 이르셨을 때의 일이다. 어떤 눈먼 이가 길가에 앉아 구걸하고 있다가, 36군중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37사람들이 그에게 “나자렛 사람 예수님께서 지나가신다.” 하고 알려주자, 38그가 “예수님,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부르짖었다.
 
39앞서 가던 이들이 그에게 잠자코 있으라고 꾸짖었지만, 그는 더욱 큰 소리로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40예수님께서 걸음을 멈추시고 그를 데려오라고 분부하셨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물으셨다. 41“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느냐?” 그가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하였다. 42예수님께서 그에게 “다시 보아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하고 이르시니,
 
43그가 즉시 다시 보게 되었다. 그는 하느님을 찬양하며 예수님을 따랐다. 군중도 모두 그것을 보고 하느님께 찬미를 드렸다.
 
 
 
 
◆ 한국 사람에게는 매우 독특한 자기소개법이 있다. ‘저는 아무개 밑에서 일하는 ○○○입니다.’라는 소개법이다. 한국인은 세계에서도 서열 의식이 독특하게 강해서 행동거지가 아주 쉽게 눈에 띤다. 세상을 온통 위아래로 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 자신이 밑에 있으면 윗사람이 있다는 뜻이고 또 위아래는 평등하지 않다는 뜻이다. 밑에서 일한다는 것이 손바닥 밑에서인지 발바닥 밑에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삶과 생각이 평등하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소개할 때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를 볼 때에도 그렇다. 너무 쉽게 선진국, 후진국, 잘 사는 나라, 못 사는 나라로 평가한다. 그리고 거주지·학군·학벌·학번·직책·신분·교계질 등 서열이 지배하지 않는 영역이 거의 없다. 여기에 피부색이 어둡거나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하면 더 심해진다. 이러한 서열적 세계관은 현대 한국의 전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마 예수 시대 유대인들도 구걸하는 장님을 그렇게 보았을 것이다. 가난과 신체장애가 겹쳤으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서구인들이 아프리카 노예를 대하던 태도나 부강한 나라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장님은 예수를 보았다. 실제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소리쳤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던 소리를. 예수님은 소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에게 눈을 뜨라고 하지 않았다. 소경에게만 말했다. 눈을 뜨고자 하는 바람과 성취는 그 소경에게서 시작되었다. 이 카이로스적 사건에는 어떤 친숙함이나 위아래도 없었다.

 

이대훈(성공회대학교)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