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11월 15일 연중 제33주간 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15 조회수817 추천수12 반대(0) 신고

 

?

11월 15일 연중 제33주간 화요일-루카 19장 1-10절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희망의 복음>

 

 

    예수님 시대 당시 공공연한 대 죄인이자 죄인들의 우두머리였던 자캐오를 대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묵상하면서 개인적으로 얼마나 큰 위로를 받았는지 모릅니다.

 

    나무 위로 올라가 몸을 숨기고 있던 자캐오 앞에 예수님께서 멈춰 서셨습니다. 자캐오 입장에서 볼 때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너무나 당혹스러웠던 자캐오는 자꾸 나무 뒤로 몸을 숨겼습니다. 예수님의 시선뿐만 아니라 예수님을 따라오던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나무 위에 있는 자캐오에게 향했습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짧은 순간이었지만 자캐오의 내면은 수많은 생각이 오갔을 것입니다. 이 양반이 왜 하필 내 앞에 서는 거지? 오늘 이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창피당하는 것 아닐까?

 

    당시 제가 자캐오 앞에 섰더라면 어떻게 처신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는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등쳐먹던 왕 거머리 같던 사람, 얼마나 흉악하고 지독했던지 ‘명성’이 자자했던 갈 데 까지 간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그를 보고 ‘한 성격’ 하는 제가 그냥 지나칠 리 만무합니다. “어이, 나무 뒤에 있는 너! 그렇게 거기 숨으면 내가 모를 줄 알고! 빨리 안 기어 내려와? 너 도대체 언제까지 인생 그렇게 살거야? 언제까지 그렇게 삥 뜯어먹으며 살건데?”

 

    예수님께서 저처럼 이런 식으로 나갔더라면 자캐오의 회개는 영영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일거수일투족을 한번 따라가보십시오. 정말 놀랍습니다. 절대로 화를 내지 않습니다. 날카로운 지적도 하지 않으십니다.

 

    마치 다정다감한 아버지가 아들을 부르듯이, 절친한 친구가 내 이름을 부르듯이 부드럽게 자캐오의 이름을 부릅니다. “어이, 자캐오!” 아니면 그가 듣기 싫어하는 별명, “어이, 숏다리!”라고도 부르지 않으십니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자캐오는 자신의 걱정과 두려움과, 오랜 냉담함을 일거에 깨트리는 예수님의 부드러운 음성에 순식간에 마음이 눈녹 듯이 녹아내렸습니다. 하느님의 부드러움과 따뜻함이 한 인간의 죄와 오랜 사슬과 갖은 억압과 완고함을 산산조각내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랑뿐이라는 것을 예수님께서는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계십니다.

 

    상담심리의 대가셨던 예수님께서는 자캐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꿰뚫고 계셨습니다. 그에게는 오직 한 사람, 다정한 친구 한명이 필요했습니다. 별명이 아니라, 비아냥거림이 아니라, 욕설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자신의 이름을 불러줄 친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라는 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요? “자캐오야, 그간 욕이란 욕은 다 먹어가며 살아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느냐? 자캐오야, 그간 이 세상의 왕따로 살아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느냐? 이제 더 이상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너의 친구가 되어주겠다.”

 

    오늘 복음은 정녕 희망의 복음입니다. 자캐오 못지않게 숱한 죄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희망과 새로운 기대감을 안겨주는 기쁨의 복음입니다. 그 옛날 자캐오를 부르듯이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 각자의 이름을 부르며 가까이 다가오십니다.

 

    부족하고 부족한 우리임에도 또 다시 부르시는 주님께 감사하며 기쁜 마음으로 주님께 응답하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