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0일 그리스도왕 대축일
![](HTTP://bbs.catholic.or.kr/attbox/bbs/include/readImg.asp?gubun=100&maingroup=2&filenm=a20030314%2815%29%2Ejpg)
'Amen, I say to you, whatever you did
for one of the least brothers of mine, you did for me.
(Mt.25,40)
제1독서 에제키엘 34,11-12.15-17
제2독서 1코린 15,20-26.28
복음 마태오 25,31-46
어떤 신부님께서는 인사이동이 되어 지금 있는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길 때 낡고 나쁜 것은 자신이 가져가고 반대로 좋고 새 것은 두고 가신다고 합니다. 그 모습이 이상해서 이유를 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신부님께서는 낡고 나쁜 것은 자신이 가고 나면 결국 쓰레기통에 들어갈 것이며, 대신 좋고 새 것은 계속해서 쓸 수 있기 때문에 두고 가신다고 말씀을 하십니다.
저는 이사를 위해 짐을 싸다보면 좋고 또 새 것은 가져갔습니다. 반대로 낡아도 쓸 만하다는 생각에 다음 신부가 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 자리에 두고 갔었지요. 하지만 다음 신부를 진정으로 위한다면 앞선 신부님과 같이 행동했어야 합니다.
그러지 못했던 것은 내 안에 있는 욕심 때문이지요. 내 것이라는 생각, 그래서 내가 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좋고 새 것을 과감하게 내려놓지 못했던 것입니다. 교회의 전례력이 끝나는 마지막 날인 오늘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맞이하며, 이러한 내 자신을 반성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들의 왕으로 오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 나오듯이 마지막 심판 때 우리들이 어디로 가야할 지를, 즉 영원한 벌과 영원한 생명이 있는 곳에 가도록 결정을 내리십니다. 그런데 그 판결에서 특이한 말씀이 나옵니다. 영원한 벌과 영원한 생명이 있는 곳에 가게 되는 이유가 주님께서 굶주리고 목마르거나 나그네 되었을 때 또 헐벗거나 병들고 감옥에 있을 때의 우리 모습에 따라 영원한 벌과 생명의 자리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너희가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나에게 해 준 것이고, 또 가장 작은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
생각해보세요. 왕이 굶주리고 목마를까요? 왕이 나그네 되고, 또 헐벗고 병들 때가 있을까요? 세상의 왕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리스도왕은 절대로 그럴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당신께서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 도와준 사람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음을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왜냐하면 사실 그들이 이 땅의 진정한 그리스도왕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늘 남들을 배려하며 살아야 합니다. 자신의 욕심을 다 챙기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어렵고 힘든 사람들 그리고 소외되어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보살필 수 있는 진정한 사랑에 집중해야 하는 것입니다.
만년필이 하나 있습니다. 아주 낡고 성능도 별로 좋지 않은 만년필이지요. 이 만년필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낡고 성능도 좋지 않으니까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만년필의 사용자가 글쎄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이 썼던 만년필이랍니다. 이 만년필의 가치는 어떨까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큰 가치를 갖게 됩니다.
누가 쓰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스도왕이신 주님께서 우리를 쓰십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가치는 높을까요? 낮을까요? 이렇게 가치 높은 내 자신임을 기억하면서 더욱 더 주님 뜻에 맞게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야하겠습니다.
서로 다른 것으로부터 가장 아름다운 조화가 생긴다(헤라클레이토스).
![](HTTP://bbs.catholic.or.kr/attbox/bbs/include/readImg.asp?gubun=100&maingroup=2&filenm=ar211%285%29%2Egif)
판사와 피고
어제 드디어 모기장을 제거했습니다. 그러나 밤새 모기에 시달렸어요. ㅠㅠ
판사가 피고에게 무거운 실형을 선고하면서 크게 꾸짖었습니다.
“피고, 도대체 이곳에 온 게 몇 번째 입니까? 이 세상을 범죄로 살아갈 순 없는 겁니다.”
그러자 피고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신 판사들도 죄를 짓는 우리들 때문에 밥 먹고 사는 것 아닙니까?”
자신의 죄를 합리화 시키는 것은 아닐까요? 나의 죄를 통해서 다른 사람이 혜택 받았다고 말이지요. 그런데 나의 죄로 다른 이들이 혜택을 본다고 합리화시키기 보다는, 이로 인해 내 영혼에 상처 받는다는 사실에 더 아파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