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21 월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다니1,1-6.8-20 루카21,1-4

봉헌의 삶

봉헌의 삶을 살 때 정화요 변형입니다.

욕심이 비워지고 깨끗해진 마음자리에 깃드는

하느님의 은총인 지혜와 사랑, 절제와 분별력, 자유로움과 자연스러움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입니다.

기도하는 것입니다.

일하는 것입니다.

먹는 것입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뭔가 하고 싶은 욕구를 뜻합니다.

죽어야 끝나는 욕구입니다.

뭔가 하고 싶은 욕구를 지닌 사람입니다.

살고 싶고, 일하고 싶고, 사랑하고 싶고, 기도하고 싶고, 먹고 싶고,

만나고 싶고, 놀고 싶고… 끝없는 욕구입니다.

이 욕구를 잃어갈 때 우울증에 무력감이요 살아있다 하나

실상 죽은 삶입니다.

욕구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요 없앨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절제와 분별을 통한 조절이, 하느님 은총을 통한 변형이 답입니다.

하느님 찾는 열정과 더불어

절제되고 변형되는 무질서한 욕구에 순수한 마음입니다.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가 지적한

탐식과 탐애와 탐욕은 식욕이, 성욕이, 물욕이 지나쳤을 때

파생되는 악입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식(食)과 성(性)과 물(物)의 욕구입니다.

진정 하느님을 찾아 항구히 봉헌의 삶을 살 때 무욕의 깨끗한 사람입니다.

하느님 찾는 욕구가 강렬할수록 저절로 절제되는 식욕, 성욕, 물욕입니다.

이런 봉헌의 삶을 사는 이들이 진정 대장부요 여장부입니다.

오늘 1독서의 대장부 다니엘을 비롯한 세 청년과

복음의 여장부 빈곤한 과부가 봉헌의 모범입니다.

물론 봉헌의 중심에는

오늘 기념 미사를 봉헌하는 최고의 여장부 성모 마리아님이 있습니다.

다니엘을 비롯한 세 청년들 하느님과의 신의에 충실하여

기름진 궁중 음식을 거부하고 채소와 물로 대신했습니다만

아름답고 건강하기로는 궁중음식을 먹은 이들을 능가했습니다.

식욕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봉헌으로 깨끗이 비운 다니엘과 세 청년에게

하느님은 건강과 지혜로 채워주셨습니다.

잘 먹어서 건강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충실한 봉헌의 삶을 살 때 건강임을 깨닫습니다.

다니엘과 세 청년이 식욕으로부터 자유로웠다면

복음의 빈곤한 과부는 물욕으로부터 자유로웠습니다.

바로 봉헌생활의 축복입니다.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을 넣는 부자들과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지고 있던 생활비 렙톤 두 닢을 넣은 과부가

좋은 대조를 이룹니다.

과연 누가 진정 자유로운 부자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물욕으로부터 자유로워져

깨끗한 마음으로 모두를 하느님께 봉헌한 과부는 진정 부자요,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여장부입니다.

어제 두 50대 자매님들의 모습도 신선한 감동이었습니다.

15년 이상 한결같이 수도원과 관련을 맺고 살아 온,

가난한 살림에 아이들 바르게 키우고 부족한 가장을

기도와 사랑으로 잘 인도한 자매들입니다.

이런 분들이 진정 교회의 보물들이요 제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들입니다.

짧은 공부에 전혀 위축되거나 열등감 없이,

또 누구에 대한 불평이나 원망 없이, 구김살 없이

밝고 당당하게 부지런히 일하며, 슬기롭고 자유롭게 살아온

대장부 자매들입니다.

한결같은 봉헌의 삶이 우리를 욕심으로부터 자유롭게 합니다.

계속 봉헌의 삶에 충실하다보면 이런저런 사사로운 욕구는 점차 사라지고

하느님 사랑하는 욕구만 남아 삶도 홀가분해 질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자신을 모두 봉헌하는 우리를 정화시켜주시고,

지혜와 사랑으로 가득 채워 주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