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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을 벗어라> 반영억라파엘 신부님
작성자김세영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22 조회수751 추천수8 반대(0) 신고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탈출3,5)


하느님께서 불타는 떨기 속에 나타나시어 모세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모세라는 이름은 ‘물에서 건져졌다.’는 뜻입니다. 그가 태어난지 3개월이 지나 더 이상 숨겨둘 수 없게 되자 어머니는 그를 왕골 바구니에 담아 나일 강에 던졌습니다.그리고 파라오 왕의 딸이 그를 건져 기르게 되었다는 이유로 '모세'라 이름 지었습니다.

그는 유모가 된 어머니의 젖을 먹고 이집트의 왕궁에서 왕족이 받는 고급교육을 통해 갖가지 지식과 기능을 익힘으로써 이스라엘 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마흔 살에 뜻하지 않은 살인자가 되어 도망치게 되었습니다. 미디안 땅으로 도망간 그는 그곳에서 결혼을 하고 처가살이를 했습니다. 처가집의 양떼를 기르며 인고의 세월을 보내다가 40년의 세월이 덧없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그 기간이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참된 지도자가 되기 위한 훈련의 기간인 줄은 모세 자신도 몰랐습니다.

80세에 이른 어느날, 모세는 양 떼를 이끌고 광야 끝으로 가다가 하느님의 산 호렙에 다다랐습니다. 거기서 그는 가시나무 떨기에 불꽃이 이는데도 타서 없어지지 않는 광경을 보고는 신기하게 여겨 다가갔습니다. 바로 그때 하느님께서 떨기 가운데서 모세를 부르셨습니다. “모세야, 모세야!…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호렙은 히브리말로 ‘황무지’, ‘불모지’ ‘버려진 땅’을 의미 하는데 모세의 초라한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시나무 떨기’ 역시 모세의 처한 상황을 반영합니다. 왕궁을 떠나 양을 치는 모세, 그것도 처가살이를 하고 있으니…..주님의 부르심은 이렇게 바닥으로 내려가서야 다가옵니다.

하느님께서는 왜 신을 벗으라고 하셨을까요? 신발은 더러운 것으로 간주되어 집 안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벗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거룩한 장소에 들어갈 때 신을 벗는 것은 마땅한 예의이자 존경의 표시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에도 이슬람교인들은 신발을 벗고 맨발로 사원에 들어갑니다. 우리도 성당에 들어갈 때 성수를 찍어 기도합니다. “주님, 이 성수로 세례의 은총을 새롭게 하시고 모든 악에서 보호하시어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가게 하소서.”

그러나 우리의 삶은 신발을 신고 갈 곳 안 갈 곳을 헤매고 다닙니다. 자신의 욕심과 포부를 이루어 보겠다고 분주히 돌아다닙니다. 그러나 얻어지는 것은 신통치 않습니다. 모세도 젊어서는 정의감에 불타 있었습니다. 억압 받는 동족들 편을 들고자 숭고한 결단과 용맹한 행동을 감행 하였지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집트인을 때려 죽임으로써 자신이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어버렸습니다. 불의에 대항하고자 했던 의도는 좋았지만 자기 힘에 의존해서 그릇된 방법을 선택한 것이 잘못입니다.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신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는 이제 "내 사명에 살고 내 사명에 죽어라"라는 뜻입니다.

우리도 신을 벗을 때입니다. 헛되이 쫓아다니던 세상의 욕망을 벗어버리고 하늘의 명에 따라 살고 그 명에 죽겠다는 결심을 할 때입니다. 자신의 뜻과 고집을 내세우며 체면과 영광을 중시하던 마음들, 일을 이루시는 분은 하느님이신데 내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양 교만하였던 마음들을 벗어 버려야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지거 쾨더(Siger Köder, 1925-)의 <모세와 불떨기 나무>, 유화, 작가소장, 독일

떨기를 태우고 있는 불꽃은 하느님의 권능을 표현한 것이다. 검푸른 하늘과 불꽃의 붉은 빛이 이루는 대비가 강열하다. 모세를 부르시는 하느님의 말씀이 불꽃 안에 히브리어로 적혀 있다. 모세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것은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명하신 바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님의 명에 따라 벗어놓은 신발은 하느님께 대한 모세의 순종을 보여 준다. 또 붉은 불꽃은 순종하는 모세를 따뜻이 감싸 준다. 처음에는 못하겠다고 핑계를 댔던 모세는 하느님의 거듭된 권유에 결국 응답을 한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를 당신 곁으로 부르시면서 우리가 당신의 부르심에 응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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