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라는 이름의 종말
그때에 5몇몇 사람이 성전을 두고, 그것이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로 꾸며졌다고 이야기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6“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 7그들이 예수님께 물었다. “스승님, 그러면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또 그 일이 벌어지려고 할 때에 어떤 표징이 나타나겠습니까?”
8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 9그리고 너희는 전쟁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그러한 일이 반드시 먼저 벌어지겠지만,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다.” 10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민족과 민족이 맞서 일어나고, 나라와 나라가 맞서 일어나며,
11큰 지진이 발생하고, 곳곳에 기근과 전염병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무서운 일들과 큰 표징들이 일어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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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돌로 지어진 성전이 허물어져 남아 있지 않게 되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읽으면서 문득 10년 전 세계무역센터를 붕괴시킨 9·11 테러가 생각났습니다. 더불어 올해 3월 11일에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도 떠올랐습니다. 사건으로만 보면 예수님이 말씀하신 세상 종말의 징조와 같습니다.
세상 종말은 분명 두려운 일이지만 루카가 바라보는 세계관에서 말하는 종말은 조금 다릅니다. 루카는 구약 시대 곧 모세오경과 예언자 시대를 거쳐 세례자 요한에 이르는 기간을 구원의 준비기간으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세례자 요한에 이어 예수님께서 기적을 보이시고 복음을 전파하시는 기간을 구원이 실현되는 시대로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 성령강림 이후를 제자들에 의해 복음이 선포되는 교회의 시대로 보았습니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루카는 이 교회의 시대가 끝나는 때를 세상 종말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세상 종말이 끝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전이 파괴되고 지진, 기근, 전염병이 휩쓴다 해도 그것은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때를 알리는 과정이요 징조라는 것입니다. 곧 세상 종말은 예수님이 다시 오시는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의 의미는 결국 세상 것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것, 우리가 마음을 두고 지향해야 하는 것은 세상 종말 그 너머에 계신 예수님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수많은 고난이 담긴 우리네 인생살이의 종말인 죽음을 통해 만나는 것은 예수님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삶이 고통에 지나지 않고 희망인 듯싶습니다.
최인비 신부(인천교구 가톨릭아동청소년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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