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22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260) 기념일

다니2,31-45 루카21,5-11

종말론적인 삶

믿든 이들에게는 매일이 일일일생(一日一生) 종말입니다.

삶과 죽음은 도반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죽어간다는 것입니다.

삶이 끝나는 지점에서

삶과 죽음이 하나로 만날 때 주님을 만나고 새로운 삶의 시작입니다.

오늘 아침 성무일도 즈카리야 후렴 성녀의 말씀은

종말론적 삶을 살아가는 우리를 향한 말씀 같습니다.

-태양이 솟아오를 무렵 성녀 체칠리아는

“그리스도의 병사들아, 어두움의 행실을 벗어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으라.”

하고 부르짖었도다.-

우리들은 매일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떠오르는 태양, 주님을 맞이하여

어둠의 행실을 벗어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고

세상 영적 삶의 전쟁터에 파견됩니다.

어제 오늘 말씀에 대한 안내 글을 읽다가 반갑게 와 닿은 구절입니다.

종말에 관해 이야기하는 묵시문학의 메시지는 이것 하나입니다.

“All time is in God's hand(모든 시간은 하느님 수중에 있다)”

무한한 위로와 격려가 되는 말씀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 안에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어느 때나 흔히 듣는 말이 ‘말세’라는 말입니다.

여전히 말세와 같은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묵시문학은 말세의 분위기에서

고난 중인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기 위해 쓴 글입니다.

‘모든 시간이 하느님 수중에 있다’

‘하느님의 승리’

‘종말의 희망’이 묵시문학의 주제입니다.

전번 주일 강론 시 ‘끝은 시작’이라 했는데

종말의 끝은 절망이 아니라

언제나 미래의 희망으로 열려있는 시작을 뜻합니다.

어둠이 짙어지면 동터오는 새벽이듯

종말의 어둠은 빛의 시작으로 이어집니다.

오늘의 종말을 환히 비추는 희망의 빛이요,

이 희망을 앞당겨 사는 우리들입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갑니다.

하느님만이 영원합니다.

하여 하느님 안에 정주하는 이들만이 안정과 평화를 누립니다.

다니엘과 예수님은 하느님의 현자입니다.

다니엘 현자는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의 꿈을 정확히 해몽합니다.

“돌 하나가 산에서 떨어져 나와,

쇠와 청동과 진흙과 은과 금을 부수는 것을 임금님께서 보신 것과

같습니다.”

기원전 6세기부터 2세기 까지

하느님 수중에서 속절없이 무너져간 제국을 상징합니다.

금은 바빌론, 은은 메데아, 청동은 페르시아. 철은 그리스 등

네 대제국을 가리킵니다.

다니엘로부터 독야청청 영원한 나라, 하느님의 나라가 예고됩니다.

“이 임금들의 시대에 하늘의 하느님께서 한 나라를 세우실 터인데,

그 나라는 영원히 멸망하지 않고

그 왕권이 다른 민족에게 넘어가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 나라는 앞의 모든 나라를 부수어 멸망시키고 영원히 서 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 실현된 하느님의 나라요,

이 하느님의 나라에서 하느님의 자녀로 몸담고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구체적으로 가톨릭교회를 통해 실현되는 하느님의 나라 같습니다.

세상에 모든 제국들이 다 사라졌고 미국 역시 사양길에 접어들었고

대국으로 부상되고 있는 중국 역시 언젠가는 사양길에 접어들 것입니다.

단 하나 2천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가톨릭교회만이

세상 끝나는 날까지 영원히 서 있을 것입니다.

이런 하느님의 나라 안에 정주하면서 종말론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결코 경거망동, 부화뇌동,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늘 제 삶의 자리에 충실합니다. 주님 역시 같은 취지의 말씀을 주십니다.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말라.

그리고 너희는 전쟁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그 무엇에도 현혹되지 말고

맑게 깨어 제 삶의 자리에 충실 하라는 말씀입니다.

뭔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특별(special)하고' '이상한(strange) 것'은 영적 사기일 수 있으니

각별한 조심을 요합니다.

진정 영적인 것은 평범하고 깊습니다.

내일 종말이 오더라도 요지부동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자세가

진정 종말론적 삶의 자세입니다.

이렇게 살 때 깊은 안정과 평화요 두려움과 불안도 사라집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당신 ‘빛의 갑옷’을 입혀 주시어

세상 영적 전쟁터에 당신 ‘평화의 전사’로 파견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