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찬 신부와 함께하는 수요묵상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2“사람들이 너희에게 손을 대어 박해할 것이다. 너희를 회당과 감옥에 넘기고, 내 이름 때문에 너희를 임금들과 총독들 앞으로 끌고 갈 것이다. 13이러한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 14그러나 너희는 명심하여, 변론할 말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마라.
15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 16부모와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까지도 너희를 넘겨, 더러는 죽이기까지 할 것이다. 17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18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19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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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향해 앞으로 닥쳐올 재난의 시작과 관련하여 어떻게 처신할 것인지에 대해 당부하시는 내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복음관상을 못할 것도 없지만 묵상을 하는 쪽이 더 유익하겠습니다.
비유 이야기처럼 전체적인 의미 파악에 집중하기보다 오히려 한 구절 한 구절 곱씹으면서 그 의미 파악에 전념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마치 렉시오 디비나를 하듯 성경 구절 전부를 하나씩 음미하며 해독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런 묵상을 할 때 곧잘 떨어지는 위험이 그저 피상적이고 산만한 생각 나열에 불과한 기도를 하고 마는 것입니다. 구절마다 붙들고 조금씩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시간을 다 보내 버리는 것입니다. 경계할 일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복음 내용이 그다지 길지는 않지만 생각할 거리는 많기 때문에 한 차례의 기도를 통해 여기 담긴 내용 전부를 다 살펴보려 하는 것은 오히려 실속 없는 기도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두 구절을 택해 집중적으로 기도하는 것이 더 유익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 구절씩 붙들고 전개해 나가되 이리저리 분산된 생각의 더미 속에 빠지지 않기 위해 복음 전체와 관련된 상징적 이미지 같은 것을 배경으로 깔고 묵상을 전개시켜 나가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 같으면 박해·수난·심문·다툼·죽음·두려움 등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전반적 분위기 또는 이미지와 연결 지으면서 직관을 통해 사유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파고드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어쨌거나 마음이 함께 움직이지 않는 공허한 사유의 전개만으로는 기도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영성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유시찬 신부(예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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