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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24일 목요일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24 조회수703 추천수15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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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목요일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 루카 21,20-28


 

“ 예루살렘은 다른 민족들의 시대가 다 찰 때까지 그들에게 짓밟힐 것이다.”

 

<낙화(落花)>

 

    최근 암환자들이나 그 가족들 사이에서 널리 읽히고 있는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제목이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되라"입니다. 서울대 병원장을 지낸바 있는 한만청 교수가 저자이지요.

 

    저자 자신이 실제로 회복 불가능한 간암에 걸렸었고,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지 두 달 만에 암세포가 폐로 전이되었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가망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지요.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치료에 전념하여 기적적으로 회복되는 결실을 얻었는데, 저자는 치유의 비결로 "나에게 찾아온 암을 적이 아니라 친구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나를 지키고 치유하는 힘이 내 안에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요즘 계속되는 복음의 주제는 주님의 날입니다. 다시 말해서 죽음이지요. 요즘 계속 지겹도록 같은 주제의 복음을 되풀이해서 소개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생각해봤을 때 "죽음"과 친구가 되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보다 죽음과 친숙하게 지내며 보다 자주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 묵상하라는 주님의 권고라고 생각합니다.

 

    늙음, 죽음이란 단어들은 떠올리기도 싫을 정도로 거부감을 지니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나이 들어감, 늙음, 죽음 같은 단어처럼 친근한 단어가 또 없습니다. 죽음을 보다 관대한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겠지요. 죽음은 생의 끝맺음이 아니라 새로운 생을 시작하기 위해 묶은 껍질을 벗어버리는 것입니다. 꽃과 잎이 다시 뿌리로 돌아가듯이 말입니다.

 

    나무가 여름에 애를 쓴 이유는 화려하고도 장엄하게 떨어져 내릴 그 낙화의 순간을 위해서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의 죽음은 인생 곡선의 가장 하한선을 긋는 순간이 아니라 절정의 순간입니다.

 

    나이 들수록, 주님의 날을 가까이 느낄수록 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보다 덜 가지고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보다 단순하고 보다 소박하게 살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지닌 것이 많으면 그 지닌 것들에 신경을 쓰다가 한 세상 다 가버리고 말 것입니다.

 

    주님께서 오시는 날 신속하게 그분을 맞으러 일어서야 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노력이 무게를 줄이는 노력, 덜어내는 노력, 깎아내는 노력, 집착과 애증을 훌훌 털고 일어서는 노력입니다.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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