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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에 대한 짧은 생각] 20111124
작성자김용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24 조회수297 추천수1 반대(0) 신고
2011년 11월 24일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20-2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예루살렘이 적군에게 포위된 것을 보거든, 그곳이 황폐해질 때가 가까이 왔음을 알아라. 그때에 유다에 있는 이들은 산으로 달아나고, 예루살렘에 있는 이들은 거기에서 빠져나가라. 시골에 있는 이들은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지 마라. 그때가 바로 성경에 기록된 모든 말씀이 이루어지는 징벌의 날이기 때문이다.

불행하여라, 그 무렵에 임신한 여자들과 젖먹이가 딸린 여자들! 이 땅에 큰 재난이, 이 백성에게 진노가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칼날에 쓰러지고 포로가 되어 모든 민족들에게 끌려갈 것이다. 그리고 예루살렘은 다른 민족들의 시대가 다 찰 때까지 그들에게 짓밟힐 것이다.

그리고 해와 달과 별들에는 표징들이 나타나고, 땅에서는 바다와 거센 파도 소리에 자지러진 민족들이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 사람들은 세상에 닥쳐오는 것들에 대한 두려운 예감으로 까무러칠 것이다.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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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으로 들어가지 마라."


대림을 기다리는 한 해의 마지막 주간, 그래서 복음들은 세상의 끝을 이야기하는 듯한 내용들로 가득합니다. 복음 속의 이야기는 실제 사건이 되어 예루살렘의 성전이 무너진 사건으로 실현되었지만, 이 이야기는 예루살렘의 몰락만을 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전체적인 내용은 세상 종말의 순간들을 설명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강한 믿음을 두지 않으면서도 불쾌하게 걱정하는 세상 종말의 순간, 가장 안전한 곳은 어디일까요? 신앙적으로는 종말을 기다리는 사람들이기도 한 그리스도인들은 어떨까요?

만약 그날이 온다면 거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가장 안전한 곳으로 성전을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예루살렘과 같은 곳 말입니다. 그곳은 하느님이 거처하시는 집이기에 하느님이 보호해주실 곳으로 여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오히려 그곳에서 나오라고 이야기하십니다.



“예루살렘이 적군에게 포위된 것을 보거든, 그곳이 황폐해질 때가 가까이 왔음을 알아라. 그때에 유다에 있는 이들은 산으로 달아나고, 예루살렘에 있는 이들은 거기에서 빠져나가라. 시골에 있는 이들은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지 마라. 그때가 바로 성경에 기록된 모든 말씀이 이루어지는 징벌의 날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각을 혼란스럽게 하는 이 말씀은 단순히 위험을 피하라는 소리로 들리지만은 않습니다. 또한 교회가 박해를 당하는 상황만으로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 날은 분명 온 세상이 심판을 받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 날 오히려 하느님의 도시 예루살렘에서 나와야 한다는 말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복음 속의 예루살렘은 하느님의 도시이면서 동시에 하느님을 죽음으로 내몬 도시입니다. 하느님을 믿는다 말했지만 그 믿음 속에서 오히려 하느님에 반하는 행동과 관습들로 하느님의 말씀을 어겼고 거의 모든 사람들을 죄인으로 하느님의 심판 이전에 심판하고 차별하는 세상이었습니다. 세상과 평화의 길을 모색하기보다 하느님이 선택하신 백성이라는 우월함을 바탕으로 늘 전쟁과 정복을 하느님 구원의 징표로 여겼던 도시였습니다.

하느님의 도시이면서 동시에 가장 하느님의 뜻에 어긋한 도시가 예루살렘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도시는 하느님의 심판 이전에 주변의 이웃들에게 먼저 심판을 받게 됩니다.



"불행하여라, 그 무렵에 임신한 여자들과 젖먹이가 딸린 여자들! 이 땅에 큰 재난이, 이 백성에게 진노가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칼날에 쓰러지고 포로가 되어 모든 민족들에게 끌려갈 것이다. 그리고 예루살렘은 다른 민족들의 시대가 다 찰 때까지 그들에게 짓밟힐 것이다."



그리고 이어 그들이 만들어낸 이 싸움의 문화가 세상의 위기를 가져왔음이 드러납니다. 소돔과 고모라의 재앙과 노아의 사건 때 사람으로 인해 하느님의 진노가 세상에 위기를 가져온 것처럼 사람들이 만들어낸 스스로의 몰락의 사건에 또다시 세상 모든 것의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총체적인 멸망의 모습은 그렇게 잔인한 경쟁의 모든 민족들의 위기로 닥칩니다.



"그리고 해와 달과 별들에는 표징들이 나타나고, 땅에서는 바다와 거센 파도 소리에 자지러진 민족들이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 사람들은 세상에 닥쳐오는 것들에 대한 두려운 예감으로 까무러칠 것이다.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모든 이들은 자신의 살 곳을 찾아 허둥거리며 이리로 저리로 모여들 것입니다. 마음이 약한 이들과 자신의 구원만을 향해 이기적인 열심으로 무장한 이들은 하나같이 구원을 준다는 곳으로 몰려들고 말것입니다.

그러나 이 때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드는 이들이 나타납니다. 그들의 행동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 모든 상황이 멈춰지고 구원이 이루어질 시간에 기뻐하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상황을 심판하실 분이 오시기 때문입니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이 말하는 세상 종말은 세상의 멸망과는 이 지점에서 완전히 다른 상황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 종말을 하느님의 징벌과 재앙의 날로만 알고 있지만 그 이전 싸움이 일어나고 모든 것의 파멸을 이끄는 것은 하느님 말씀대로 살지 않는 이들, 심지어 하느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하느님을 자신들의 이기적인 도구 이상으로 여기지 않았던 이들의 잘못된 삶들로부터 유발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아야 합니다.

이천 년 전 예루살렘의 모습은 바로 이런 상황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하느님의 심판이 먼저가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하느님을 죽이면서까지 극도의 이기적인 모습으로 살았기에 멸망은 찾아왔습니다. 세상에 사랑을 전하는 민족이 아닌 가장 적대적이고 가장 호전적인 모습으로 사는 하느님의 백성이기에 그 하느님의 도시에 멸망이 찾아올 때 오히려 그곳이 표적이 되고 가장 먼저 멸망을 맞이하는 상항이 벌어지고 만 것입니다.


그 속에 죽음을 맞이하신 예수님, 그러나 그분은 부활로 그 죽음과 죄의 잘못된 신앙을 끊으셨습니다. 구원은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임을 주님은 이미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이천 년이 지난 지금의 세상, 이제는 세상에서 그리스도를 알고 믿는 이들이 많은 세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예루살렘이 보여주었던 잘못된 문화는 지금도 계속 중인 것 같습니다.


대림절, 우리는 또 다시 주님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나 그 기다림이 두려움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종말의 이야기가 가득한 세상이지만 이 때 두려움으로 방황하는 모습이 아닌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어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는 착한 이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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