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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25일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25 조회수739 추천수14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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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연중 제34주간 금요일-루카 21장 29-33절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지나갑니다>

 

 

    불과 몇 십 년 전 바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일, 우리가 온 몸으로 직접 체험했던 일들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무시무시한 폭력을 앞세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독재자들의 횡포아래 다들 숨죽이며 살았습니다. 그들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자처하며 거만한 눈으로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려다보았습니다. 하도 그 세월이 오래 가다보니 과연 이 끔찍한 시대가 막을 내리기나 할 것인가 의문을 품기도 했습니다. 마치 그들의 권세가 영원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보십시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들 가운데 어떤 사람은 이미 땅에 묻히고, 어떤 사람은 갖은 수모를 다 당하며 초라하고 구차스런 삶의 마지막 끈을 아슬아슬하게 부여잡고 있습니다.

 

    한때 저를 매료시키던 책들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던지, 마음에 드는 글귀들을 노트에 열심히 옮겨 적었습니다. 그런 노트가 수십 권입니다. 얼마 전에 노트 한권을 꺼내 읽어 그 내용들을 읽어보았습니다. 그것들 역시 별것 아니더군요. 참으로 시시해보였습니다. 때로 유치해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보십시오. 이렇게 인간만사, 인간 세상, 인간의 손때가 묻은 것들의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특징은 바로 유한성입니다. 지속성의 결여입니다. 절대로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정반대입니다. 하느님께서 지니신 가장 근본적인 속성은 인간과는 달리 지속성입니다. 한결같음입니다.

 

    우리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이 모든 인간적인 것들, 인간만사, 인간 세상은 세월의 흐름 앞에 별 도리가 없습니다. 서서히 무너져 내립니다. 천천히 사라져갑니다. 마침내 아무것도 남지 않고 태초의 상태 무(無)로 돌아가고 맙니다.

 

    영원할 것만 같던 사랑도 가고, 꽃다운 청춘도 다 지나갑니다. 세상도 지나가고 하늘을 찌를 것 같던 권세도 잠시입니다. 모든 것이 떠나가고 인간 세상과 인류 역사의 끝에 오직 한 분만 남을 것인데, 그분은 바로 사랑의 하느님이십니다. 그리고 그분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그분의 말씀입니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끝, 종말에는 모든 것이 다 사라지겠지만 하느님과 그분의 말씀, 그분께서 우리에게 주실 사랑은 끝까지 남아있을 것이라는 말씀, 얼마나 큰 위로와 격려가 되는 말씀인지 모릅니다.

 

    세상의 끝, 재림의 시기, 하느님을 거슬러 살아온 사람들, 하느님을 거부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무시무시한 공포의 때가 확실하다.

 

    그러나 반대로 하느님 말씀 안에 살아온 사람, 하느님만 신뢰하며 그분만 붙들고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그날이 해방의 날이자 구원의 날, 기쁨과 환희의 날이 분명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종말이 하느님 말씀 안에, 말씀을 열심히 실천하며 살아온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또 다른 시작, 희망과 설렘으로 가득 찬 새 출발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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