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음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4“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그리고 그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여라.
35그날은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들이닥칠 것이다. 36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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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청년들과 함께 창세기 성경공부를 한 적이 있습니다. 몇 달이 지났는데 한 청년이 “신부님, 저 이제 성경공부 그만할래요.” 하는 것입니다. “아니, 갑자기 왜? 힘드니? 뭐가 문제니?”라고 물으니 “성경공부 하니까 착하게 살아야 될 것 같아요.”라고 답합니다. 이 친구의 대답은 하느님의 뜻에 대해 자꾸 알게 되니까 지금 자신의 삶의 모습이 보이고, 회개해야 할 듯한데 회개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니까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처럼 하느님 앞에서 나를 바라보는 기도와 성찰이 바로 ‘깨어 있음’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내가 저지른 일들을 내 시선으로 보면 받아줄 수 있지만 하느님의 시선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낄 때 우리는 좀 더 노력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시선 앞에 나선다는 것은 나를 그분께 열어 보이는 것입니다. 그저 살아오던 내 방식대로 누구나 인정하는 세상의 방식대로가 아닌 하느님 방식에 ‘깨어 있는’ 것을 말합니다.
여러분도 ‘깨어 있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일을 행하는 것은 여러분을 귀찮고 힘들게 합니다. 주인을 기다리는 종이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루카 12,35) 있듯이 “슬기로운 처녀들이 등잔과 함께 기름도 준비”하듯이(마태 25,4)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성가신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예수님과 만남의 순간을 행복한 때로 만들어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루카 12,37)
최인비 신부(인천교구 가톨릭아동청소년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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