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 치유가 아니라 사랑의 체험인 구원
“제 종이 중풍으로 집에 드러누워 있는데 몹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내가 가서 그를 고쳐 주마.”
저는 요즘 가슴이 저미는 아픔을 느낍니다.
전에는 이 아픔이 어떤 것인지 솔직히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아픔이 제 가슴에 온통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의 어머니 덕분입니다.
몇 달 전부터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 지셔서
지금은 거의 잡수지도 못하고
입이 거의 타들어가 말씀도 간신히 하십니다.
어머니를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는 벌써 되어 있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것이 슬프기만 한 것도 아니지만
돌아가시기 전의 마지막 고통을 힘겹게 견뎌내시는 것을 보면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음에 생각할 때마다 속으로 눈물이 납니다.
저의 어머니뿐이 아닙니다.
제 주변에 너무나 아픈 분들이 많습니다.
몸으로도 아프고, 마음으로도 아픕니다.
저의 어머니 덕분에
그들이 겪는 아픔을 생각하면 가슴을 저미는 아픔을 느낍니다.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외로울까.
오늘 복음의 백인대장의 마음이 이런 것 같습니다.
자기 종의 고통을 너무도 마음 아파하여 주님께 찾아옵니다.
“제 종이 중풍으로 집에 드러누워 있는데 몹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까짓 종이 아픈데!"하고 무시해버리지 않고
괴로워하고 있는 종과 같이 괴로워하고 있음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열이 잘 전도되는 전도체 같은 백인대장입니다.
어떤 열도 전류도 흘러들어오는 것을 마다하는 절연체도 있는데
백인대장은 감정의 빗장을 열어놓고
가슴을 청진기마냥 그의 가슴에 대고
그의 아픔을 그대로 전해 받습니다.
백인대장의 그 아픔을 예수님도 그대로 전해 받습니다.
그래서 지체 없이 말씀하십니다.
“내가 가서 고쳐 주마.”
두 가지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시는 것입니다.
몸소 가시는 수고가 그 하나이고
고쳐주시는 수고가 다른 하나입니다.
백인대장의 말처럼 한 말씀으로도 얼마든지 고쳐주실 수 있지만
주님께서는 몸소 가시겠다고 하십니다.
몸소 오심.
하늘에서 한 말씀으로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으시고
육화하여 우리에게 오시는 것,
이것이 우리 주님의 사랑이고
이것을 우리가 이 대림시기에 기다리는 것입니다.
구원은 병의 치유가 아니라 사랑의 체험입니다.
-작은형제회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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