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내기
21그때에 예수님께서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며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22“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들이 누구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버지께서 누구이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23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제자들에게 따로 이르셨다.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24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예언자와 임금이 너희가 보는 것을 보려고 하였지만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듣는 것을 들으려고 하였지만 듣지 못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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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파견하셨던 일흔두 제자가 좋은 결과를 가지고 돌아온 사실에 대해 기뻐하며 하신 말씀입니다. 이 부분에서 예수님은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신 후에 제자들에게 너희는 지금 진리 자체이신 당신을 만나 뵙고 있고, 너희의 순수함 때문에 너희들은 은총을 받았다고 하십니다. 무엇보다 오늘 복음에서 주인공이 되는 것은 철부지와 같은 제자들입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부족한 제자들이지만 그들이 하느님의 뜻을 보고 실천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이 큰 복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계신 것입니다.
음악이든 운동이든 어렸을 때 하면 빨리 배운다고 합니다. 스펀지가 물 빨아들이듯 한다는 말을 하기도 하지요. 아이들이 빨리 배울 수 있는 것은 몸에 밴 나쁜 습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선입견이나 판단없이 알려주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자들도 예수님께 철부지라고 불리는 것처럼 어린이와 같은 순수함을 지니고 있었기에 예수님을 통해 드러나는 구원의 은총에 함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순수함은 어른이지만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가진 것을 포기하고 비워내는 다른 의미의 겸손입니다.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제자로서의 출발이 ‘자기를 비움’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하느님을 찾을 때 기쁨과 평화 또는 은총을 채우고 싶어서 찾지만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주고자 하시는 것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먼저 비워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비울 수 있는 것은 그분이 주시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 은총의 대림시기가 우리를 비워내고 그분이 주시는 것으로 채우는 때이길 기도합니다.
최인비 신부(인천교구 가톨릭아동청소년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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