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29 대림 제1주간 화요일 이사11,1-10 루카10,21-24

관상(觀想)의 행복

관상의 행복, 관상의 행복입니다. 이 기쁨을 노래하는 시편입니다.

-주님께 아룁니다.

“당신은 저의 주님, 저의 행복 당신밖에 없습니다.”(시편16,2).-

관상에로 불림 받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우리들입니다.

1독서의 예언자 이사야나 복음의 예수님은 과연 관상가의 모범입니다.

이사야가 본 하늘나라 비전이 예수님을 통해 그대로 실현됩니다.

오늘 말씀이 그대로 불교 고승들의 오도송을 연상케 합니다.

아니 오도송 그 이상입니다.

하느님을, 하늘나라 유토피아를 체험한 분들의

찬미와 감사의 고백이기 때문입니다.

두 분 하느님을 만났기에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릅니다.

“그러나 주님, 당신은 저희 아버지십니다.

저희는 진흙, 당신은 저희를 빚으신 분,

저희는 모두 당신 손의 작품입니다.”(이사64,7).

하느님을 아버지라 고백하는 이사야처럼,

예수님 또한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하고

마치 하느님을 마주 대하고 이야기 하듯 감사와 찬미 기도를 바칩니다.

하느님을 만날 때

저절로 아버지라는 호칭에 솟아나오는 찬미와 감사 노래의 오도송입니다.

우리 역시 매일 찬미와 감사의 미사와 시편성무일도를 통해

영안(靈眼)이 열려 살아계신 아버지를 만납니다.

아버지를 만날 때 찬미와 감사요,

찬미와 감사로 눈이 열릴 때 아버지를 만납니다.

찬미와 감사의 기도와 삶, 소홀해지면

영의 눈도 어두워져 아버지를 못 만납니다.

얼마 전 산티야고 순례를 하고 온 도반의 마지막 부분의 말은

언제나 저를 분발케 하는 자극이 됩니다.

2000리 길을 끝가지 갈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이 새롭게 바뀌는 환경이었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지평이 끝나면 또 새로운 하나의 지평이 열리고…

하여 몸은 고단해도 마음은 늘 호기심 가득한 순례 길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단조로운 일상의 삶을 어떻게 하면

늘 새롭게 펼쳐지는 하루하루로 살 수 있겠느냐가 관건입니다.

늘 외적 환경을, 사람을, 일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관상가가 되는 길뿐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내적변화에 영안이 열려 매일이 새 하늘 새 땅입니다.

외적혁명이 아닌 부단히 하느님을 만남으로 내적혁명을 추구하는

하느님의 사람들입니다.

산티야고 순례는 한 달로 끝나지만 삶의 순례는 평생입니다.

일주로 끝나는 연피정이 아니라 평생 피정 중인 우리들이요,

일정한 날의 휴가나 소풍이 아니라

평생을 휴가처럼, 소풍처럼 사는 것입니다.

자유로운 관상가는 이렇게 삽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의 눈을 열어주시며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보는 눈은 행복하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예언자와 임금이 너희가 보는 것을 보려고 하였지만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듣는 것을 들으려고 하였지만 듣지 못하였다.”

눈이 열려야 주님을 뵙고 귀가 열려야 주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주님은 철부지 가난하고 겸손한 이들의 눈을 열어 주시어

하늘나라의 신비를 보게 하십니다.

이사야가, 예수님이, 제자들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나의 거룩한 산 어디에서도

사람들은 악하게도 패덕하게도 행동하지 않으리니,

바다를 덮는 물처럼 땅이 주님을 앎으로 가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사야가 본 하늘나라의 생생한 비전입니다.

이런 비전을 앞당겨 현실화한 관상가들인 예언자들이요 예수님이셨습니다.

예수님 역시 성령 안에서 활짝 눈이 열려 아버지를 뵈오며

감사‧찬미 기도를 드립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가난하고 겸손한 철부지들의 눈을 열어 주시어

천상신비를 보여주시는 주님이십니다.

눈이 열려 좋으신 하느님을, 하느님 나라 비전을 볼 때

끊임없이 샘솟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요

비로소 관상의 행복, 관상의 기쁨을 누립니다.

바로 관상의 예언자들이 꿈꿨던 하늘나라 유토피아 세상은

정의와 평화가 꽃 핀 세상이었습니다.

매일의 미사은총이 우리 안에 정의와 평화의 꽃으로 활짝 피어날 수 있도록

주님의 자비를 청합시다.

“주님, 이 시대에 정의와 평화가 꽃피게 하소서.”(시편72,7).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