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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30 조회수980 추천수15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1년 11월 30일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 



Come after me,
and I will make you fishers of men.
At once they left their nets and followed him.
(Mt.4,19-20)




제1독서 로마서 10,9-18
복음 마태오 4,18-22


어렸을 때부터 저는 커피를 즐겨 마셨습니다. 그런데 어렸을 때 마시던 커피와 요즘 마시는 커피는 너무나도 다릅니다. 우선 어렸을 때에는 이 조합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커피 한 스푼, 프림 두 스푼, 설탕 세 스푼.”

때로는 2:3:2의 조합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1:2:3의 조합을 사람들이 좋아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타서 마시는 사람이 커피 좀 마신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이렇게 마시지 않습니다. 아마 이렇게 마시면 “촌스럽다”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이렇게 마시지 않지요. 아니 이러한 커피 자체를 마시기가 힘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즉, 저는 이제 아무것도 넣지 않은 블랙커피를 마십니다.

어렸을 때 저희 집에서 누님만 지금의 저처럼 블랙커피를 마셨습니다. 그 당시에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지요. 커피는 설탕 맛인데, 어떻게 설탕을 전혀 넣지 않고 마실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넣지 않은 커피 순수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블랙커피가 너무나 좋습니다.

과거의 내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이 결코 같을 수 없지요. 마찬가지로 지금의 내 모습이 미래의 내 모습과도 같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의 입맛이 바뀌는 것처럼 우리의 외모도 바뀌고 성격도 바뀌고 또한 능력까지도 바뀌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지금의 내 모습이 먼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는 착각 속에 빠질 때가 종종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절대로 그러한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주님께서는 우리들을 이 세상에 보내시고 무책임하게 그냥 놔두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그냥 방치하시는 무책임하신 주님이 아니라, 우리를 끝까지 지켜주시고 키워주시는 사랑 가득하신 주님이십니다. 그래서 주님은 지금의 내 모습을 보시고 부르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능력과 재주가 많고, 성격이 좋아서 부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늘은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입니다. 그는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였지요. 배운 것도 없고, 고기 잡는 것 외에는 별다른 능력도 없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복음의 다른 부분을 봐도 그에게 어떤 특별한 재주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세상의 눈으로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는 주님의 기쁜 소식을 세상에 성공적으로 알리지요. 그리고 주님을 사랑하기에 ‘엑스’(X)자형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까지 하십니다.

이렇게 변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수님의 부르심에 대해 곧바로 응답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안 됩니다.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등등의 부정적인 말로 주님 부르심을 거절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곧바로 따라갔기 때문에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역시 부르심에 망설임 없이 주님 앞에 나아가야 합니다. 그때 우리는 지금의 내 모습보다 훨씬 더 성장 하는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섣불리 예상하지 말라. 특히 미래에 대해선.(케이시 스텐겔)



불안함

성 안드레아 사도

신학교에서는 기숙사 생활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재미있는 일도 많이 발생하지요. 제가 어제 어떤 신부님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

장난이 많은 한 학생(지금은 신부님이 되셨습니다)이 옆 방 친구(역시 신부님이 되셨습니다)를 골탕 먹이려고 작전을 세웠습니다. 바로 자고 있을 새벽 시간에 자명종이 울리도록 맞춰 놓은 것이지요. 그런데 눈에 보이는 곳에 자명종이 있으면 얼른 일어나 끌 것 같으니, 옷장에 하나의 자명종을 그리고 10분 뒤에 울릴 또 다른 자명종을 침대 밑에다 넣었다고 합니다.

다음 날 아침, 이 친구는 숨겨둔 자명종 때문에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하면서 범인이 누구냐며 친구들에게 화를 냈습니다. 그러자 장난 친 학생이 물었지요.

“자명종이 두 개밖에 없었으니까 두 번만 깼을 텐데 왜 밤을 꼬박 샜어?”

이에 이렇게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자명종이 있을 것 같아서 불안해하며 계속 기다리다 보니 나중에는 잠이 아예 오지 않더라고.”

더 이상 있지 않은 자명종. 그런데 또 하나의 자명종이 있지 않을까 라는 불안감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불안감이란 이렇습니다. 있지도 않는 것을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지금 내가 해야 할 것들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불안감입니다. 이 불안감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주님께 맡기는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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