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
어렸을 때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는 말씀은
저에게 아주 매력적인 말씀으로 들렸습니다.
제가 사람 낚는 어부가 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너무 멋졌고,
그래서 제가 수도자가 되고,
사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어린 나이에도 사람을 낚는 것이
큰 돈 버는 것보다 더 가치 있고,
한 여자를 얻는 것보다 많은 사람을 얻는 게
더 의미 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수도자가 된 뒤에 여자 때문에
성소가 흔들린 적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아니고,
성적인 유혹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얘기도 아닙니다.
다만 더 많은 사람을 얻는 것이
제가 늘 더 바라는 거였다는 뜻입니다.
제가 어려움을 느낀 것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사람 낚는 어부가 되려면
예수님을 잘 따라야 하는데,
예수님을 잘 따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수도자만 되면 저절로
예수님을 잘 따르게 되는 줄 알았던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내가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처럼 되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지 못했던 것이고,
예수님처럼 되는 것이란
예수님처럼 자기를 완전히 비우고
완전한 사랑을 해야 하는 것임을
생각지 못했던 것입니다.
大空大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크게 비워야지 公平無私한
큰 공인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저는 많은 사람을 얻는 큰 사람만 되려 했지
크게 저를 비우거나 버리지 못했고,
지금도 그게 무척 어렵습니다.
저를 비운 것 같으면 언제 다시 저를 저로 채우고,
저를 내려놓은 것 같은데
언제 다시 저를 붙잡고 있습니다.
시시포스처럼 이룬 것이 허사가 되는
벌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님을 따라
사람 낚는 어부의 길을 가는 것 포기하고
나만을 위한 삶에 안주하고픈 유혹이 큽니다.
길은 가고 싶지 않고
집에 살고 싶은 거지요.
이런 저와 달리 안드레아 사도는
평생 길의 사람(道人)입니다.
주님을 만나기 전,
그는 이미 세례자 요한의 제자로
구도자(求道者)였습니다.
주님을 만난 다음에는
주님께로 사람들을 이끄는 인도자였으며
주님을 따라 길을 가는 나그네와 순례자였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돌아가신 다음에는
주님의 파견을 받은 사도였습니다.
그리스까지 가서 주님의 복음을 전하였고
거기서 주님처럼
십자가형에 처해 죽은 순교자였습니다.
- 작은형제회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