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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년 내내 여의도 거리에…그래도 건강합니다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11-12-01 조회수360 추천수3 반대(0) 신고
        1년 내내 여의도 거리에…그래도 건강합니다
                    [한 해를 돌아보며] 모든 분께 고마움 전합니다





                                                        
어느덧 한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되었다. 2011년이라는 이름의 바다에 떠서 힘껏 노를 저어 온 내 삶의 배는 이제 12월이라는 이름의 항구 앞에 다다르게 되었다. 완전히 기항을 하려면 얼마간의 거리와 시간이 남아 있지만, 마지막 항구 앞에서 지나온 항해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여의도 거리에서 피어난 ‘탄원의 꽃’



▲ 미사 전 묵주기도 주송 / 5월 '성모의 달'부터 시작된 미사 전 묵주기도를 매번 주송을 했다. '환희의 신비', '빛의 신비',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순으로 매번 5단씩 바쳤다. 6월 20일의 모습이다.  
ⓒ 전재우 - 여의도 거리미사

매주 월요일 오후에는 서울을 갔다. 지난해 11월에 시작한 일을 올해 11월까지 지속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월요일에는 어김없이 서울을 갔고,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길거리에 오래 서 있곤 했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서 시행하는 ‘천주교 월요시국기도회(여의도 거리미사)’에 참석하는 것이 내게는 참으로 중요한 일이었다. 월요일 저녁의 그 기도회에 참례하는 것으로 한 주간의 삶을 시작하는 셈이었다.

계절이 네 번 바뀌는 동안 일주일 간격으로 똑같은 시간에 한데 거리에 서서 하늘의 달과 별을 보며, 때로는 눈을 맞고 비를 맞으며 미사를 지내는 나 자신을 뜨겁게 격려하곤 했다. 내가 지닌 신앙심과 열정, 그 미사에 참례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심성, 그 미사에서 위안을 얻으며 결의를 다지곤 하는 내 마음구조에 대해 나는 진정으로 감사했다.

각지에서 달려와 미사를 주례하고 강론을 하고 공동 집전을 하시는 신부님들께 무한히 감사하곤 했다. 내가 월요일 저녁마다 여러 교구와 수도회에서 오신 10여 명, 또는 수십 명의 사제들과 함께 미사를 지낸다는 사실에서 벅찬 행복감을 안기도 했다.

미사 때마다 거리미사 장소에 나와 이런저런 봉사를 하시는 형제자매님들과도 정이 들었다. 그 ‘활동가’들에게도 무한히 감사하곤 했다. 미사에 오시는 분들 중에는 나처럼 매번 오시는 분들도 있었다. 나처럼 멀리에서 오는 경우는 아니었지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번 미사에 오시는 그분들을 보며 애정과 존경심을 표하곤 했다. 나와 동일한 가슴구조를 지닌 이들과 자주 만나고 함께 한다는 것은 진정 행복감을 갖게 하는 일이었다.

나는 미사 중에 여러 번 시낭송을 하기도 했다. 두 번은 계절과 어울리거나 미사 지향과 부합하는 애송시를 낭송했고, 두 번은 거리미사에 관한 자작시를 낭송했다. 또 한 번은 가곡 ‘옛 동산에 올라’를 개사한 ‘옛 강변에 올라’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5월 ‘성모의 달’부터 미사 전에 바치기 시작한 묵주기도 5단의 주송을 줄곧 맡아왔다.

여의도 거리미사는 참으로 뜨겁고도 절절했다. 2009년의 ‘용산미사’ 때부터 시작된 문정현 신부님의 “평화를 빕니다!”라는 인사, 점점 고조되는 세 번의 우렁찬 인사는 문 신부님이 제주 강정마을로 가신 이후에도 다른 신부님들에 의해 계속되었고, 신자 모두가 뜨거운 의기를 함께 나누고 확인하는 행사였다. 그리하여 강복기도 전에 다 함께 외치는 세 가지 구호는 신자 모두의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절규요, 뜨거운 함성이었다.

분노와 웃음



▲ 비오는 날의 미사참례 /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쓰고 미사를 지냈다. 7월 25일의 모습이다.  
ⓒ 전재우 - 여의도 거리미사

1년 내내 유지되었던 “4대강 댐 헐어내어 모든 강에 생명을! 남북화해 되살려서 온 누리에 평화를! 민주정부 수립해서 만민에게 인권을!”이라는 세 가지 구호는 10월로 오면서 “4대강(死大江) 살려내라! 제주해군(미군)기지 중단하라! 한미FTA 폐기하라!”로 바뀌기도 했다.

뜨겁고도 절절한 미사에는 웃음도 많았다. 신부님들은 비통한 마음과 의분 속에서 미사를 지내면서도 유머를 적절히 구사하여 신자들을 즐겁게 했다. 웃고 즐기는 가운데 미사를 지내면서 나는 정의감과 유머의 상관성을 많이 생각하기도 했다. 정의감을 안고 분노할 줄 아는 사람일수록 유머 감각도 뛰어나다는 것을 여러 신부님들에게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미사가, 비통함과 절절함 속에서도 뜨거운 의기와 함께 기쁨과 즐거움을 안겨주고 희망과 위안을 선사해주던 여의도 거리미사가 지난 11월 21일로 일단 막을 내렸다. 12월과 내년 1월, 동절기 동안에는 미사를 쉬고 그 후의 재개 여부를 새해 연초 사제단 총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지만, 일단 마침표를 찍은 것은 사실이다.

나로서는 갑자기 황량해진 느낌이다. 너무도 아쉽고 섭섭하여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 다음의 월요일부터 갖게 된 쓸쓸함과 허허로움, 방향감각을 상실한 것 같은 감정을 앞으로 월요일마다 더욱 명료하게 겪으며 살 것 같다.

은총과 감사의 꽃나무

지난 1년 동안 매주 월요일 오후 서울을 가는 일이 사실은 고생스러웠다. 자동차를 가지고 가기도 하고 버스를 이용하기도 했다. 차를 가지고 가면 운전이 고생스럽고 연료비용이 많이 나지만 미사 후 종종걸음을 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면 국가유공자라 요금 할인을 받아 비용지출이 크지 않지만 미사 후 9시 20분이나 40분 마지막 버스를 타기 위해 걸음을 서둘러야 했다. 또 늦은 저녁의 버스들은 서산까지만 오고 태안까지는 오지 않기에 서산에다 내 차를 놓고 가야 했는데, 버스 터미널 근처에는 공영주차장이 없어 문화회관까지 15분을 걸어야 했다. 11시가 넘은 오밤중에 홀로 밤거리를 걷는 일은 슬프고 쓸쓸하기도 했다.

나는 지난 1년 동안 4대강 파괴사업 때문에 매주 월요일 서울 여의도만 간 게 아니다. 공주 금강을 가기도 했고,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를 가기도 했다. 내 나름으로는 최선을 다한 셈이다.

그럼에도 나는 지치지도 않았고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다. 많은 이들이 내 건강을 걱정해 주었다. 내가 2008년 봄과 여름, 태안 앞바다 원유유출 사고와 관련하여 크게 병고를 겪은 사실을 잘 알고 있기 까닭이었다. 나는 병상생활 후유증으로 지금도 신장 치료를 계속하고 있지만, 오히려 더욱 건강해진 상태다. 하느님의 특별하신 은총이라 생각하며, 내 건강을 염려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 주님의 기도 / 미사 중 옆 사람과 손을 잡고 '주님의 기도'를 노래로 바칠 때는 가장 뜨겁고도 절절한 마음이었다. 8월 15일의 모습이다.  
ⓒ 전재우 - 여의도 거리미사

내 모친과 가족들에게도 감사한다. 올해 연세 88세이신 노친은 2009년 6월 서울성모병원에서 폐암말기 진단을 받았다. 임파선에도 암이 있고, 여생이 6개월 정도라고 했다. 그런 노친이 암을 극복했다. 골반으로 전이된 암세포가 확장되면서 엉덩이뼈가 골절되어 일어서지도 못하는 상태로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한 달을 지내시고, 집 근처 요양병원에서 일곱 달을 지내시고 완쾌되셨다.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나올 때는 여생이 2개월이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하루 세 번씩 요양병원을 다니며 갖가지 대체의학 방법을 다 동원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노친을 다시금 걷게 만들었다.

지난해 7월 5일 퇴원하신 노친은 당신의 두 발로 걸으시며 손수 식사를 챙겨 드시기도 하고 집안 살림을 도우시기도 한다. 그 덕분에 나는 지난해 11월부터 마음 놓고 매주 월요일 서울나들이를 할 수 있었고, 먼 길 출타도 할 수 있었다. 노친은 내가 매주 월요일 서울에 가는 이유를 깊이 이해해 주셨다. 노친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월요일마다 퇴근 불편을 감수해준 아내에게도, 여러 번 아빠와 함께 여의도 거리미사에 참례해준 내 대학생 딸아이와 아들 녀석에게도 감사한다. 내게는 여러 모로 2011년이 더욱 감사한 은총의 해였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천주교계 월간지 <성모기사> 12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11.12.01 15:33 ㅣ최종 업데이트 11.12.01 15:33  지요하 (sim-o)  
4대강 파괴사업,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천주교 생명평화미사, 여의도 거리미사
출처 : 12월이라는 항구 앞에서 - 오마이뉴스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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