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방문객이 있다는 인터폰을 받고 내려가 보니 조세피나 아줌마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세피나 아줌마는 그 동안 임신 중인 당신 딸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도를 많이 부탁했던 분인데 드디어 무사히 손녀 딸 ‘제아’를 출산했다는 소식과 함께 초 하나를 건네 주셨다.
초와 함께 들어있는 조그만 카드에는 제 3세계 어린이들을 위한 국제기구 ‘유니세프’의 로고와 함께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주님, 저희들에게 제아를 보내주신 기쁨을 다시 당신께 봉헌하며 아울러 저희들로 하여금 이 세상 어딘가에는 여전히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 많은 어린이들이 있다는 것과 그들 또한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깨우쳐주소서.”
제아의 가족들은 많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마침내 새로운 생명을 선물로 보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그에 대한 조그만 보답으로 주위 사람들과의 흥겨운 파티를 여는 대신 그 돈을 고통 받고 있는 다른 어린이들을 위해 써야겠다고 결정하고 전액을 유니세프에 기증했다고 한다.
조세피나 아줌마가 떠나고 방에 돌아와 조그만 초에 불을 밝혀 놓고 앉아 카드에 적힌 기도문을 읽고 또 읽었다. 임신 기간 중의 많은 고비를 넘기고 마침내 인생 중 최고의 기쁨이라는 새 생명을 선물로 받은 순간 다시 하느님께 영광과 찬미와 감사의 되돌려드리는 것을 잊지 않은 제아의 가족들은 내게 큰 신앙적인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단순한 감사를 넘어 고통 받는 어린이들을 향하여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것으로 정성을 다해 은혜 갚음을 했고 그로서 더 많은 주위의 이웃들에게 더 큰 기쁨과 감동을 선물하였다.
이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탄생부터 이 거룩한 초 한 자루와 감사기도문을 마음에 담고 살아갈 제아의 생의 순간순간이 다시 되돌아오는 하느님의 선물이 될 것이며 나중에 장성하여 이 초와 기도문의 의미를 알게 되었을 때 제아가 느낄 감동이 또한 끝이 없는 하느님 은총의 한 부분이 될 것이다.
고통과 좌절의 순간에는 하느님을 찾는 사람도 많고 하느님을 원망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기쁨과 영광의 순간에는 하느님을 기억하는 이들조차 많지 않다. 간사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면 영원불변하는 것이 하느님의 말씀이다.
신앙생활이라는 것은 이 간사한 마음을 따라 출렁이는 것이 아니라 출렁이는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히고 묵묵히 말씀을 따라 사는 것이다. 그래서 소란스러울 이유가 없다. 네 탓이든, 내 탓이든 신앙생활이 시끄럽다면 일단 무릎을 꿇고 앉아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가끔씩 깊이가 느껴지는 신앙인들의 삶을 대할 때마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게만 느껴진다.
“너는 들어라, 마음만 있으면 지혜를 배울 수 있고 그것에 정진하면 현명해질 것이다.”(집회6,32)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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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신부님 묵상글을 애독하시는 형제/자매님들께 안내 말씀드립니다.
신부님글을 옮겨오는 제가 12월3일부터 12월4일까지 컴퓨터 사용을 할수가 없게 됐습니다. 제가 글을 옮겨오지 못하는 동안 신부님카페에 직접 가셔서 "최강일기" 에 들어있는 신부님의 묵상글들을 보셔도 좋을듯 합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 감기 걸리지 않게 옷 든든하게 입고 다니시고요 곧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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