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의 숲] 공동 집전 미사 여러 사제들이 같은 시간 같은 제대에서 함께 거행하는 미사를 공동 집전 미사라고 합니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에는 쉽게 볼 수 없던 미사 형태였습니다. 공의회 전례 개혁의 첫 열매로 1965년 공식적으로 나타났습니다. 공동 집전 미사에서 “여러 사제들이 똑같은 사제직의 힘으로 대 사제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한 뜻과 한 목소리와 한 성사 행위를 하며 모두 함께 한 제사를 이루고 봉헌하며 함께 그 제사에 참여합니다.” 사제가 여럿이라고 미사가 여럿은 아닙니다. 미사는 하나입니다. 축성할 재료도 같고 축성도 하나입니다. 단독 집전 미사에서 봉헌자가 하나지만 공동 집전 미사에서는 여럿일 뿐입니다. 사제들은 각자 자기 미사를 집전한 것이 아니라 한 미사에 제사 봉헌자로서 참여합니다. 그래서 사제는 각자 맡은 지향에 따라 미사 예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왜 공동 집전 미사가 중요할까요? 무엇보다 여러 사제들이 하나로 결합하여 사제직을 수행하며 사제직의 단일성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미사에서 사제는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이십니다. 사제들은 그분의 사제직에 참여하며 그분을 대신하여 미사를 거행할 뿐입니다. 또한 여러 사제가 공동으로 집전하는 미사는 제사의 유일성을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모든 미사에는 하나의 제사가 있을 뿐입니다. 미사는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제사입니다. 이 제사는 성령의 힘으로 교회 안에서 영원히 지속됩니다. 그리고 공동 집전 미사에서 주례(특히 교구장 주교)를 중심으로 사제단과 교우들이 이루는 일치를 잘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미사는 언제나 “그리스도의 행위이고 교계 질서를 갖춘 하느님 백성의 행위입니다”(총지침 16). 여러 사제가 공동으로 집전하는 미사는 제사의 유일성 뚜렷하게 드러내 공동 집전 미사는 동방과 서방 교회에서 초 세기부터 있었습니다. 자세한 모습은 안개 속에 있습니다. 2세기 초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는 미사를 공동체 행위로 보며 공동 집전에 관하여 증언합니다. “하나의 제사에 힘써 참여하십시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살은 하나이며, 우리를 그분의 피 안에 일치시키는 잔은 하나이며, 제대도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주교도 하나로서 사제단과 부제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3세기 초 문헌 “사도전승”은 사제들이 예물 위에 손을 펼치는 동작을 구체적으로 말합니다. “봉사자들이 예물을 주교에게 갖다 바치면, 그는 모든 사제들과 함께 예물에 손에 얹고 감사의 기도를 바칠 것이다.” 이 시기에는 고정된 감사기도문이 없었기 때문에 기도문 낭송은 주례 홀로 했을 것입니다. 중세 서방에서는 개인 미사 관습이 발전하였습니다. 그 영향으로 주교 축성과 사제 서품 미사 외에는 공동 집전 관습은 사라졌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미사의 공동체 가치를 확인하며 이 관습을 복구하였습니다. 미사 경본은 주교와 사제 서품, 대수도원장 축복, 성유 축성 미사는 의무적으로 공동 집전이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그 예식의 본성 때문에 주교와 사제단과 교우들이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그밖에 성목요일 주님 만찬 저녁 미사. 공의회와 주교 모임과 교회 회의 때 드리는 미사, 수도원 미사와 성당이나 경당의 중심 미사, 사제 모임 때 드리는 미사는 공동 집전을 권장합니다. 한편, 공동 집전 미사가 있을 때 그곳에서 같은 시간에 단독 집전 미사를 드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와 부활 성야 미사는 개인 미사를 드릴 수 없습니다(총지침 199). 공동체에 속하지 않는 손님 신부들도 공동 집전 미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물론 필요하다면 사제의 신분을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총지침 200). 공동 집전자들은 주례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공동체와 함께 미사를 거행합니다. 따라서 그들의 자리는 제단에 마련합니다. 부제가 없을 때는 공동 집전자들이 부제의 임무를 수행하고, 신자들이 봉사자(복사) 임무를 맡을 수 없으면 그 임무도 수행합니다(총지침 208). 공동 집전 사제들은 감사기도문의 축성 부분은 반드시 낭송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 부분의 언어를 모르면 공동 집전에 참여하지 말아야 합니다(구원의 성사 113). 그리고 미사가 이미 시작되었으면 공동 집전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총지침 206). 물론 미사가 끝나기 전에 나갈 수도 없습니다. 공동 집전자들은 제대나 주례를 가려서는 안돼 그밖에 공동 집전 사제들이 새겨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공동으로 낭송하는 부분, 특히 모두 낭송해야 하는 축성 부분은 공동 집전 사제들은 낮은 소리로 낭송해야 합니다(총지침 218). 주례 사제만 크고 분명한 목소리로 낭송해야 교우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자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낭송하는 감사기도문을 따라가며 이해할 권리가 있습니다. 아울러 공동 집전자들은 신자들이 주의를 기울여 바라보는 제대나 주례를 가리거나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미사는 성직자들만이 아니라 회중 전체의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공동 집전자들은 주례처럼 제의를 입어야 합니다. 주례는 전례일에 따라 정해진 색깔의 제의를 입어야 하지만 “공동 집전 사제들은 필요에 따라 흰색 제의를 입을 수 있습니다.”(구원의 성사 124). 그리고 사제는 많은 데 제의가 부족할 때처럼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제의를 입지 않고 장백의 위에 영대를 멜 수 있습니다(총지침 209). 그러나 사제복이나 수도복 위에 영대만 메고 미사를 거행할 수 없습니다(구원의 성사 126). 다만 연로한 사제들의 경우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 장백의를 입기 어렵다면 소속 장상을 통하여 사도좌에 관면을 요청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동 집전 사제들은 주례 뒤에 신자들보다 먼저, 그 미사 동안 축성된 성체와 성혈로 양형 영성체를 해야 합니다(총지침 242-249). 제대에 나와 스스로 영성체 하지 않고 성체나 성작을 다른 사제나 부제에게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 봉사자는 “그리스도의 몸” 또는 “그리스도의 피”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구원의 성사 98). 공동 집전자들의 동작 가운데 오른손을 펼치는 동작이 있습니다. 곧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는 부분에서 주님의 말씀을 낭송할 때 주례는 허리를 굽혀 빵과 성작을 잡고 허리를 굽히고, 공동 집전자들은 오른손을 빵과 성작을 향하여 펼칩니다. 보통 엄지손가락을 바깥쪽으로 돌려 옆으로 향하게 합니다. 그런데 어떤 학자들은 축성의 의미를 살려 아래로 향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신학과 예식 관점에 따라 의견이 달랐던 것입니다. “주교예절서”는 손바닥을 옆으로 돌리라고 말하여(79항 각주) 논쟁이 끝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이 각주는 공식 지침이 아니기에 꼭 따를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이 의견에 따라 요즈음은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하는 사제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꼭 손을 펼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총지침은 사제가 “좋다고 여기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손을 펼치지 않고 주례처럼 허리를 조금 숙이며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9월호, 심규재 실베스텔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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