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눈이 멀어도 좋으니....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11-12-02 조회수393 추천수3 반대(0) 신고


 

 

 

 

 

+ 마태: 9, 27-31

 

 

 

예수님께서 길을 가시는데 눈먼 사람 둘이 따라오며 외쳤다.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보통 때라면 예수님께서 그들의 외침을 듣고

그들의 눈에 손을 대어주시든지,

아니면 침을 뱉어 흙을 개어 눈에 붙여주시든지

아무튼 어떤 식으로든 자비를 베풀어주시는 것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다.

예수님께서 집 안으로 들어가버리셨다.

그들의 청을 못들은 척하신 것도 모자라,

아예 문을 닫고 자취를 감춰버리셨다는 것이다

 

대개는 여기서 좌절하고 원망하고 분개하고 끝나는 것이 군중이다.

닫혀진 문을 열고 들어가서 자신의 청을 끝까지 부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주인공인 눈먼 이들은 그렇지가 않았다.

 

더구나 그들 다 눈 먼 사람이었다고 하니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좌절과 절망을 겪었을 것이 뻔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일어나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들어간다.

들어가 엉거주춤 구석에서  쭈삣거리는 것이 아니고

막바로 그분께 가까이 다가간다.

 

그런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닫은 문을 열고 들어와도 화내지 않을 분이란 믿음이 있어야 그리 할 수 있다.

가까이 가도 내치지 않을 분이란 믿음이 있어야 그렇게 할 수 있다.

아니, 그분 없이는 눈이 떠질 수 없고

그분은 기꺼이 그렇게 해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거기까지 갈 수 있다.

 

 

아니, 어쩌면 혼자가 아니라 둘이어서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혼자 보다는 둘이다. 둘보다는 셋이다.

나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보충해줄 그 둘이,

그리고 공동체가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부부가, 가정이, 구역이, 교회가.....

함께 그분께 가야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때때로 문을 열고, 가까이 다가가는 그 거리와 시간은

어쩌면 하루 그 이상, 아니 몇년의 거리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거리가 크면 클수록 더 큰 믿음이 요구될 것이다.

 

 

마침내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물으신다.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너희는 믿느냐?”

 

그들이 대답한다.

“예, 주님!”

“예, 주님!”

 

 

어쩌면 이 대답은 수도 헤아릴 수 없이

반복된 질문에 대한 반복된 응답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너희는 믿느냐?”

“예, 주님!”

.

.

.

.

.

.

그때 예수님께서 그들의 눈에 손을 대시며 이르신다.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렸다.

이것은 한 순간의 일이 아닐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분의 질문과 우리의 응답이 장시간 동안 반복됨으로써

우리의 시력이 점점 더 밝아지고 마침내 환히 열려

빛이신 그분을 진정 알아뵙게 될는지 모른다.

 

 

그 때에는 예수님께서 우리더러

“아무도 이 일을 알지 못하게 조심하여라.” 하고

아무리 단단히 이르신다 해도 소용없을지 모른다.

그분이 우리에게 해주신 일, 놀라운 그분의 자비를 

두루 퍼뜨리고 다니지 않는다면 숨이 막혀 죽을테니까....

 

 

 

오. 주님!

우리의 입에서 그런 찬미와 감사가 수시로 터져나오게 하소서.

눈이 멀어도 좋으니 당신의 빛나는 영광을 꼭 뵈옵게 해주소서.

우리의 모든 감각으로 당신의 풍성한 자비와 사랑을 체험하게 해주소서.

 

 

 

 

-12월 첫주 목요일 자정까지 불 밝혀있던 '성시간'에서 빛이신 그분을 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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