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2월 3일 토요일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대축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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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12-03 | 조회수520 | 추천수12 | 반대(0) 신고 |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고 믿지 않는 자는 단죄를 받을 것이다.”
<바람 같은 분>
얼마 전 한 국제회의에 참석했을 때의 일입니다. 주최 측에서는 각국에서 온 손님들을 그야말로 극진히 챙겼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남국 특유의 향기 가득한 산해진미가 매끼니 마다 풍성하게 차려졌습니다.
그러나 맛이 너무도 밋밋했고, 그 특유의 향료 냄새 때문에 음식에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주로 맛이 검증된 빵이나 음료, 야채, 과일 쪽으로만 손이 갔고, 제 머릿속에는 매콤하고 칼칼한 한국 음식만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김치, 어리굴젓, 우럭매운탕, 부대찌개, 갈치조림...
겨울 일주일 남짓한 시간인데도 입에 맞지 않는 음식 때문에 정말 힘들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면서 새삼 선교사 형제들이 우러러보였습니다. 음식이나 문화, 기후, 환경이 180도 다른 이역만리 타국에서 가장 음식을 비롯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물론이고 수시로 떠오르는 향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일상적으로 포기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그분들이 정말 대단해보였습니다.
오늘도 수많은 선교사들이 예수님의 당부말씀에 따라 세상 구석구석까지 파견되어 복음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해외 선교사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할 삶의 태도가 무엇일까 생각해봤을 때 아마도 타문화에 대한 관대하고 부드러운 시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상 만민들 한 형제, 한 동포로 바라보는 만민동포애, 인류 전체가 이웃이요 한 형제로 바라보는 큰마음이 아닐까요?
그런 관대하고 너그러운 마음, 지칠 줄 모르는 선교열정과 기적을 이루는 힘을 선교사들에게 부여하시는 분이 바로 성령이십니다.
나약하기 짝이 없는 우리 인간 존재이지만 성령께서 함께 하실 때 세상 모든 사람들을 품어 안을 수 있는 훌륭한 선교사로 거듭납니다.
이렇게 선교사들의 가장 큰 후원자이자 협력자인 성령은 과연 어떤 분이실까요? 여러 가지 설명이나 비유를 통해 성령께 대해 설명할 수 있겠지만, 성령은 다른 무엇에 앞서 ‘바람’ 같은 분이십니다.
바람이 무엇입니까? 공기의 흐름입니다. 밀도 높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을 향해 흘러가는 공기가 바람입니다. 성령도 마찬가지로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움직이십니다. 영원한 생명과 구원, 기쁨, 은총의 에너지로 충만한 성령, 결국 고기압 자리에 위치한 성령께서는 죄와 죽음, 질병과 상처, 좌절과 분노 상태에 놓인 우리, 결국 저기압 자리에 위치한 우리 인간을 향해 내려오십니다.
오늘날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생활이 뜨뜨미지근합니다. 신앙생활에 감동이나 열정이 전혀 없습니다. 역동적이고 폭발적이며 뜨거운 하느님 현존 체험도 요원합니다. 그러다보니 적극적인 이웃 선교나 능동적인 복음 선포는 뒷전입니다. 신앙생활은 다분히 형식적이고 의무적인 것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협조자이신 성령과의 친교가 활발하지 못해서입니다. 성령께 온전히 내어맡기는 노력의 결핍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든 성령과 함께, 그분의 인도에 따라 하겠다는 의지의 부족 때문입니다.
성령께서 우리의 인도자가 되어주시도록 우리 자신을 철저하게도 낮추고 그분께 내어드릴 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는 놀라운 일을 체험할 것입니다. 마귀를 쫓아내고, 새로운 언어들을 말하며, 손으로 뱀을 집어 들고 독을 마셔도 아무런 해도 입지 않으며, 병자들에게 손을 얹으면 병이 나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 사랑의 기적을 우리 각자가 계속해나갈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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